경기부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 시장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비용절감이 자영업 생존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외식업 종사자 중에선 고정비 항목의 하나인 식자재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산물 가격파괴자’를 자처하며 외형 확대에 나선 유통업체가 있어 주목된다.
박선봉(42·사진) 청해수산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수산물의 최종 소비자 중 하나인 자영업자들은 폐쇄적인 유통구조에 갇혀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해 왔다”며 “1994년 인천 연안부두에 작은 매장을 창업한 이래 20여년 간 오직 가격파괴만을 보고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통상적으로 수산물 유통은 어획-경매-도매-소매 등의 순서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청해수산은 여기서 도매-소매 단계를 빼버렸다. 조업자에게 직구매하거나 경매에서 매입한 수산물을 전날 받은 주문에 따라 외식업자에게 직배송한다.
매일 변하는 공급가격은 카카오톡·네이버밴드 등을 통해 공지된다. 창업 이후 주로 가리비, 조개 등 패류를 유통해오다 이달부터는 활어로 품목을 넓혔다. 박 대표는 “지역에 따라 배송비가 달라서 일괄적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 20% 이상의 식자재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주문이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는데 주문 대화창에는 사업자와 주방장 등이 모두 입실해 있어서 혹시나 모를 도덕적 해이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해수산은 지난해 약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연안부두 인근에 매장을 매입해서 400여평 규모의 대형 수족관을 증축했다. 전국 연안과 해외에서 수입된 수산물들이 모이는 일종의 집하장으로 이 장소를 만드는 데만 100억원의 비용을 썼다.
대금결제는 현금입금만 가능하다. 박 대표는 “연안부두의 한 수산물 유통업체의 경우 누적 미수금이 40~50억원 정도로 수산업계는 외상결제가 만연돼 있는데 이런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수산물 가격을 출발부터 비싸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청해수산은 미수금이 거의 없는데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가격파괴의 또 다른 기반”이라고 말했다.
청해수산은 가격파괴자를 자처하는 만큼 이익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낮은 이익률은 매출확대를 통해 보전받는 다다익선의 경영전략을 고수해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전국적으로 보면 패류 유통은 청해수산이 1등인데 이달부터 시작한 활어유통 역시 전국 1위로 올라서고 싶다”며 “청해수산 거래처가 많아질수록 수산물 유통비용 항목 중 하나인 배송료도 낮춰 결과적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청해수산은 소비자에게 가격혜택을 주는 것이 목표인데 유통과정을 혁신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관행을 뒤엎을 수밖에 없게 돼 기득권(수산물 유통업체)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며 “굴하지 않고 20여년 간 해왔던 대로 더 싼 가격에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수산물 단가구조를 더 많이 알리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청해수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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