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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눈물] "임신 8개월도 야근 일쑤…쉰 날은 6일뿐"

<중> 간호사 울리는 '노동지옥'

특례 적용에 주52시간 '그림의떡'

만성적 인력난에 휴일도 대기중

연차휴가 소진율은 65%에 그쳐

간호 실습생,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병상 침구 정리같은 잡무 내몰려

지난 3월 24일 서울 송파구 성내천 육교에서 간호사연대 MBT 주최로 열린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인천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김모씨는 임신 8개월차까지 나이트 근무(밤 9시30분~다음날 아침 8시 근무)를 했다. 임신사실을 알리자마자 수간호사가 내민 것은 ‘임산부 야간·휴일 근로 동의서’였다. 임산부의 야간·휴일 근로와 시간 외 근로를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병원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김씨의 임신 8개월차 근무표에는 휴일이 별도 신청한 휴가 이틀을 포함해 단 6일에 불과했다. 밀린 ‘오프(휴일)’는 28개에 달했다.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장시간 노동환경이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를 눈물 짓게 하고 있다. ‘과로사회’를 타파한다며 지난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보건의료업은 특례를 적용받아 서면 합의만 있으면 ‘무제한 노동’이 용인된다.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간호대생과 간호사들은 인력부족이 초래한 장시간 근로와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실습생, 잡무에 시달리며 갑질 무방비 노출=간호학과 재학생은 졸업 전 약 1,000시간의 병원 임상 실습 교육을 거친다. 그러나 예비 간호사 교육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학생 간호사(실습생)’는 되레 실습비용까지 지불해가며 병원의 각종 잡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늘어나는 간호 수요에 따라 간호대 입학 정원이 늘었지만 고질적인 ‘태움(괴롭힘)’ 문화로 인해 경력 1년 미만 간호사의 이직률이 30%가 넘다 보니 숙련된 간호인력은 늘 부족상태다. 이 때문에 특히 지방병원을 중심으로 실습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 현직 간호사는 “지방 병원들은 간호 실습생들에게 상당 부분 노동력을 의존한다”면서 “방학과 학기 중 병원 간호의 질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간호 실습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바이탈(체온·맥박·혈압 등 환자 활력징후 측정)이나 침상 정리 같은 잡무를 도맡는 현실이다. 한 현직 간호사는 “바이탈을 재는 것은 환자의 기저질환 등 정보를 가지고 복합적으로 상태를 파악해 문제에 대비하는 업무”라면서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실습생에게만 맡기면 환자에게 위험 상황이 발생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에 방치되다시피 한 실습생들은 갑질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한 실습생은 “점심시간을 10분여밖에 주지 않아 탈의실과 화장실 이용은 꿈도 못 꾼다”면서 “의사와 선배 간호사들이 ‘실습 때는 원래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보고 회의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만성적 인력난에 장기 휴가는 ‘언감생심’=천신만고 끝에 간호사라는 직함을 달아도 근무 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현직 간호사들은 과로를 부르는 요인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근무·휴게시간과 함께 휴가 사용 문제를 꼽는다.

만성적인 인력난에다 휴가일정이 바뀌는 일도 부지기수라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병원에서 긴급 호출이 올지 몰라 휴일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고 집 근처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2015년 교대제 병원 간호사 8,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차 휴가 소진율은 65.1%에 불과했다.

퇴근과 휴식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 올 3월 전국 14개 병원 간호사 9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8%가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고, 92%는 “휴게시간이 40분 미만이거나 아예 없다”고 답했다.

휴게시간 기준을 지키기 위한 ‘꼼수’도 난무한다. 한 수도권 내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출근 후 한 시간 쉬고 업무를 시작하게 한다거나, 밤샘 근무가 막 끝났는데 병원에 더 앉아있다가 퇴근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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