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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굴기, 위기의 한국] 中 장비시장 2년새 2배 ↑, 韓은 역성장...후방산업까지 위협

< 상 > 중국의 성장 어느 정도길래

국산화율 70% 의지·방대한 인재풀로 발전 토대

R&D 지원 부족으로 생태계 허약한 한국과 대조

팹리스·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는 이미 한국 앞서





내년에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시장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의 왕성한 반도체 투자가 후방 산업 투자 확대 등 낙수효과로 연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정부의 비호 아래 비메모리에서 메모리로 영향력을 키워왔던 중국이 이제는 장비·소재·부품 등 반도체 기초 산업에서도 위상을 강화할 호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임에도 허약한 생태계로 ‘포스트 메모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의 역량이 우리를 뛰어넘었다”며 “전후방 산업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견제 속에 반도체가 미중 간 통상분쟁의 새로운 전쟁터가 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어 중국의 급부상이 더 부담스럽다”며 “우리 반도체 기업이나 인재에 대한 스카우트 움직임 등을 두루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최대 장비 시장 등극하는 中=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덕분이다. 오는 2025년까지 20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는 것은 물론 현재 13% 수준인 반도체 국산화율을 70%까지 올린다는 게 뼈대다.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이 지난해와 올해 179억달러에서 내년 163억달러로 쪼그라들고 중국은 같은 기간 82억달러, 118억달러, 173억달러 등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중국의 물량 공세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반도체 장비 시장의 성장이 곧바로 장비 업체의 경쟁력 제고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세계 장비 시장은 미국·네덜란드·일본 등 전통의 반도체 강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은 전 세계 최대임에도 한국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은 고작 10.1%(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장비 국산화율이 18.2%에 그친 탓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투자에 따른 수혜를 미국·유럽 등 해외 업체가 대부분 가져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내 전문가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을 예사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에 대한 잦은 인수합병(M&A) 시도, 반도체 국산화율에 대한 중국의 강한 의지, 방대한 국내 엔지니어 풀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 투자 확대의 과실을 죄다 해외 업체에 내준 우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경쟁업체에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담합 혐의를 씌우고 있고 미국 업체 마이크론에는 중국에서 판매와 생산을 막는 예비판결까지 내렸다. 장비·소재 시장에서도 자국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타국 견제 카드를 빼 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비메모리는 이미 한국 추월, 후방 산업마저 위태=중국의 반도체 역량은 분야별로 차이가 난다. 요약하면 메모리 분야에서는 우리가 아직 4~5년 앞서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넘어선 곳도 적지 않다. 특히 팹리스 쪽은 우리가 열세다. 중국 내 반도체 설계 업체가 워낙 많은데다 메모리 분야를 시작하기 전부터 팹리스를 육성해온 덕분이다. 최근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키우고 있는 팹리스 업체 하이실리콘은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팹리스 업체라고 해봐야 실리콘웍스·텔레칩스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워낙 커 일률적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지만 이미지 센서에서는 일본(소니)이, 차량형 반도체에서는 유럽(NXP)이 잘나가는 것처럼 중국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반도체 칩 설계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분야는 우리가 중국 업체에 1~2년 정도 앞서 있다. 하지만 이것도 대만 업체 등 중화권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시스템LSI사업부 내 파운드리 팀을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켰을 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데 중화권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당장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2017년 기준 50.41%)을 차지하고 있는 TSMC가 대만 업체다. 5위권 내에 절반이 넘는 3개 업체가 중화권 기업이다. 더구나 중국 업체들은 이미 대만의 S급 인재 스카우트에 혈안인 상태. 사실상 대만과 중국을 하나로 묶어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우리가 두어 걸음 앞섰지만 여기에서도 중국의 YMTC가 최근 자체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장비·소재 등 기초 분야에서마저도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노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메모리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낸 중국이 후방 산업에서도 역량이 커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정부 지원 부족 등으로 산학 연계가 갈수록 허약해지며 연구개발(R&D)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와 견주면 확연히 대조된다”고 우려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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