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자산에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거래가격 차이)이 다시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김동섭 과장, 박기범 조사역, 김영주 조사역은 11일 BOK이슈노트 ‘암호자산 시장에서 국내외 가격 차 발생 배경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암호자산 시장에서 투기 수요가 진정되면서 국내외 가격 차가 줄었으나 향후 국내에서 수요가 급증한다면, 국내외 가격 격차가 다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의 경우 2017년 7월∼2018년 5월 원화 표시 가격을 달러화로 환산해보면 글로벌 평균 가격보다 평균 4.99% 높았으며, 올해 1월에는 국내외 가격 차가 40% 이상 확대된 바 있다. 반면, 미국 달러화 표시 비트코인은 이 기간 글로벌 평균 가격보다 0.31%, 유로화는 0.19% 각각 낮았다. 작년 12월∼올해 1월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도 국내외 가격 차가 확대됐다.
이 같은 암호자산의 가격 차 확대는 투기 수요가 배경이다. 작년 12월 비트코인의 글로벌 가격이 폭등하며 일반인의 암호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는 실제 투자 수요로도 전환됐다.
실제로 당시 국내 암호자산 교환소에 원화 입금액이 급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월 이전까지 해외가격이 변동할 때 국내 가격은 훨씬 큰 변동폭을 보여주는데,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가격 동향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암호자산 시장이 해외보다 과열된 것을 보여준다.
암호자산 시장은 금융기관 대신 개인이 주로 거래에 참여하기 때문에 거래 규모와 전문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공급이 수요가 늘어난 만큼 확대하지 못했다.
또한, 이체 수수료가 높아진 점도 김치 프리미엄을 키웠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용자가 이체를 요청하면 채굴자가 수수료를 정하는데, 국내외 가격 차가 확대하는 시기엔 채굴자가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도 이용자가 이를 지불해야 했다.
이외에도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해 해외 교환소 가입·신규 고객 가입 제한, 거래 실명제 도입 등 규제를 본격화한 점, 외국환거래법 등에 따라 암호자산 거래대금을 송금할 때 외화 송금 한도에 제약이 있다는 점 등도 탄력적인 공급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암호자산의 거래를 제약하는 공급 요인은 해소되기 어렵다. 거래 실명제 등이 탈세방지를 위해 마련됐고 실제로 투기 과열을 진정시켰지만 본래 도입 목적을 고려하면, 암호자산 가격 차 축소만을 목적으로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언제든 수요가 급증하면 암호자산 국내외 가격 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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