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일본 & 한국 미술품 경매’에서는 15세기 초 조선의 분청사기가 약 33억원(약 310만 달러)에 팔려 화제가 됐다. 높이 23.5cm로 목이 짧고 입 부분이 작게 벌어졌으며 몸체를 받치는 굽이 낮고 폭은 좁은 형태에 한쪽엔 거센 물결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 한 마리가, 그리고 다른 한쪽엔 물결을 형상화한 듯 독특한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는 편병이었다. 오사카 출신의 사업가이자 수집가로 다양한 영역에 걸친 컬렉션으로 이름 날렸던 야마모토 하츠지로(1887~1951)가 1939년부터 소장하던 것이 1980년대에 유명 수집가 고토 신슈도의 손으로 넘어가 경매에 나온 것이다. 추정가 15만~25만달러에 나온 편병이니 낮은 추정가의 20배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되면서 역대 한국 분청사기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5월 홍콩 서울옥션(063170) 경매에서는 일본인 소장가가 간직해온 높이 45cm, 최대지름 46cm의 백자대호 한 점이 출품됐다. 경합 끝에 국내 소장가에게 약 25억원에 낙찰됐다. 보름달처럼 희고 둥그스름한 자태로, 품에 안으면 차고 넘칠듯한 압도적인 크기와 특유의 순박한 기형을 자랑하는 달항아리는 조선시대의 조형성을 대표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중요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미감을 발전시켜온 우리 도자기는 세계 시장에서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이런 한국 도자기 시장의 전성기는 1980~90년대였다. 당시에는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고자 했던 수집가들이 해외시장에서 중요한 도자기들을 사들였고, 뉴욕 크리스티에서 약 840만달러에 팔려 화제가 되었던 철화백자운룡문호가 거래된 것도 1996년도의 일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중국 미술품 시장이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0월 홍콩 소더비 중국 미술품 경매에서는 송나라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 청자 접시 한 점이 나와 약 420억 원(약 3770만 달러)에 팔렸다. 붓을 씻는 데 쓰는 지름 13cm의 작은 접시로 은은한 청자색을 띠고 있는 이 접시는 2014년 경매에서 약 400억(약3600만달러)에 낙찰됐던 명대의 술잔, 일명 ‘치킨컵’의 기록을 경신하며 이목을 끌었다.
미술시장 전문매체 ‘아트넷(Artnet)’이 발표한 세계 중국미술 경매시장 보고서를 보자. 지난해 전세계 경매에서 거래된 중국 미술품과 골동품 총액은 전년 대비 7% 상승해 약 71억달러를 기록했고 그 중 중국 본토를 제외한 아시아에서만 약 15억달러, 미국에서 약 4억 달러 규모가 거래됐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기술 제품과 농산물에 이어 중국산 골동품과 미술품에도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이후 공청회에서 갤러리와 경매회사를 비롯한 미국 내 예술계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발표에 따르면 예술품이 들어온 경로나 예술가의 국적에 상관없이 중국에서 제작된 모든 예술품에 관세가 적용된다는 것인데, 풀이하자면 중국인이 미국에서 제작한 작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지만 만약 뉴욕의 경매장에서 중국 골동품을 산다면 관세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중국 예술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국의 무역 관행이나 정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미술품과 골동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단지 경매 거래가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미국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판매자들은 미국 이외의 국가로 고미술품을 수출할 수 있고, 구매자들은 그곳에서 중국 고미술품을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중국 고미술품을 사려는 미국 구매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뉴욕을 비롯한 해외 경매 시장에서 중국 미술품들의 경매 기록을 만들어낸 구매자의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외시장에서 중국 미술품을 사들이고 있는 구매자의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라는 사실에 부러움을 금할 수 없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국외에 소재하는 우리 문화재는 현재 파악된 것만 해도 전세계 20개국에 16만여 점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약 27%인 4만6,000여 점이 미국에, 43%에 해당하는 약 7만4,000여 점이 일본에 있다고 한다. 국내외에서 민간, 재단, 정부, 다양한 기관들이 뜻을 모아 적극적인 모니터링부터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아직 돌아오지 못한 우리 소중한 문화재를 다시 제 자리로 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에도 우리 도자기 몇 점이 출품돼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비영리 기관인 ‘아시아위크 뉴욕’이 주간하는 아시아위크 가을 행사의 일환으로 경매 회사들이 기획하는 아시아 미술품 경매에 나온 것인데, 수많은 중국 미술품 틈에 외롭게 한 자리 차지한 모습이 일견 안쓰럽기까지 하다. 2009년 봄부터 시작한 뉴욕의 아시아위크는 매년 3월 약 10일간 세계의 아시아 미술 전문가들과 주요 경매회사들, 세계적인 미술관과 문화기관들이 함께 아시아 미술을 소개하고 보여주기 위한 행사들을 기획하는 아시아 문화의 장이다. 내년 10주년을 앞두고 올해는 3월에 이어 9월에도 아시아 미술 관련 행사들을 기획해 메트로폴리탄과 구겐하임 미술관 등 주요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 미술 관련 행사인데 메트로폴리탄의 한국 고미술품 전시인 ‘에센셜 코리아(Essential Korea)’가 유일하게 열려 위안이 된다. 메트 소장품과 국립중앙박물관 대여 작품 등 약 90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내년 9월까지 뉴욕의 한 복판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미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옥션 국제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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