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종말을 느꼈다”
제22호 태풍 ‘망쿳’이 덮친 필리핀이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새벽 북부 루손섬 일대를 할퀴고 지나간 태풍 망쿳(현지명 옴퐁)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최소 18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루손섬 벵게트주 바기오에서는 산사태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던 구조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싱 시티의 마리키나 강에서는 9∼12세로 추정되는 여아가, 칼루칸 시티에서는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물에 빠져 숨졌다.
재난 당국에 따르면 최고 시속 305㎞의 돌풍을 동반한 이번 태풍으로 섬과 저지대 주민 10만5,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또 전력 공급선 등이 파손되면서 440만명이 거주하는 8개주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망쿳의 위력에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 속에서 악몽같은 하루를 보냈다.
루손섬 주민인 사킹(64) 씨는 AFP통신에 “세상의 종말을 느꼈다. 이번 태풍은 라윈 보다도 강력했다.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라윈은 2016년 필리핀에 상륙해 19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엄청난 피해를 냈던 초강력 태풍이다.
당국은 그동안 통신과 전력 두절로 연락이 닿지 않던 지역의 상황이 알려지면 태풍 피해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태풍은 지나갔지만 비구름의 영향으로 폭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필리핀 기상청은 “태풍이 필리핀을 지나갔지만, 폭우가 계속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월요일까지는 홍수와 산사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당국은 피해 규모 확인과 함께 이재민 구호와 추가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밤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위기에 놓은 사람들을 구하고 구호활동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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