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잇따른 디스플레이 부문 기술 유출 시도와 관련해 국내 업체의 신성장 동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마저 ‘액정표시장치(LCD)’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OLED 기술력은 낮은 수율 등의 문제도 국내 업체 대비 3년 가량 뒤처져 있지만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와 기술 빼내기가 반복될 경우 이 같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불가능한 탓이다.
1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OLED 패널 시장의 변화 추세와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OLED 패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0%에서 2022년에는 34%로 대폭 떨어질 전망이다.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BOE 등 중국 업체의 부상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업체인 BOE를 비롯해 티안마(Tianma), 차이나스타(CSOT) 등이 올해 6세대 OLED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OLED 패널 생산 능력이 크게 확대된다.
특히 이들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2022년에는 생산 능력 기준으로 관련 시장의 34%를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LCD 시장 1위 업체인 BOE의 경우 2022년까지 전체 OLED 생산 능력의 15%를 차지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2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티안마와 차이나스타 등도 5~6%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기술력의 우위를 내세우지만 이 또한 장담하기 힘들다. 현재 플라스틱 OLED를 생산하는 BOE의 중국 청두 공장에는 한국 출신 엔지니어 10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CSOT 또한 지난해부터 한국 출신의 OLED 엔지니어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다시피 한 OLED 기술을 얻기 위해 청두중광전과기유한공사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엔지니어를 빼내려다 들키기도 했다.
중국이 기술 빼가기를 반복적으로 시도할 경우 이 같은 기술력 차이는 더욱 빠른 시간내에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02년 당시 중국의 신생업체였던 BOE는 하이닉스의 LCD 사업부를 담당하던 하이디스를 인수 한 후 몇 년 뒤 부도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술력만 빼가 현재는 글로벌 1위 사업자로 우뚝 섰다. 기술 유출 시도가 더욱 빈번해진 OLED 시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업체의 가장 무서운 점은 중국 정부 차원의 보조금과 ‘중국제조 2025’를 등에 업은 막대한 시설 투자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 될 수록 원가경쟁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데 유무형의 보조금을 등에 업는 중국 업체를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최근 패널 가격을 20%가량 낮춰 공급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또 중국 업체들은 오는 2020년까지 약 20조원 규모의 LCD 설비 투자를 집행해 한국과의 격차를 한층 벌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은 LCD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한국을 이미 추월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면적 기준 LCD 생산능력 비중은 지난 2016년 한국이 34.9%로 중국(28.9%)을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30%와 34.1%로 역전됐으며 올해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연 KISDI 연구원은 “한국이 OLED 패널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하기 위해서는 LCD 패널에 비해 생산 효율이 낮은 OLED 패널의 생산 효율을 개선해야만 한다”며 “스마트폰 외에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항공,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OLED 패널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양철민·박효정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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