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작거나 오래돼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기존 주택을 매매하려는 수요자도 상당하고 1억~2억원 시세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1주택자도 많은데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50대 직장인 박모씨)
9·13 부동산대책에 담긴 복잡한 규정으로 보유주택 수 및 소득, 매매 목적에 따라 적용받는 대출규제 기준이 제각기 달라 차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분양받아 집을 옮기거나 갈아타기를 위해 부족분을 생활안정자금대출로 해결하려던 실수요자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분양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이번 대책을 기점으로 1주택자로 간주되면서 서울 전역을 비롯한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분양권을 주택 수로 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주택자가 분양을 추가로 받았을 경우에는 아파트가 준공돼 소유권 이전 등기 이후 6개월 이내에 전입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 이후 2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만 대출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분양을 받아 집을 갈아타려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을 계산할 때 분양권을 ‘비주택’으로 정의하기로 함에 따라 분양권을 놓고 세금과 대출, 청약시장에서의 원칙이 제각각 달라 수요자의 혼란이 우려된다.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갈아타기 위해 ‘우회대출’로 활용했던 생활안전자금대출을 틀어막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1주택과 다주택 구분 없이 동일물건별로 1억원까지 한도를 정해놓은 것인데 서울에 5억원 상당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따라 2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생활안정자금이라면 한도는 1억원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여신심사위원회 승인이라는 예외조항을 뒀지만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한도를 증액해 대출할 가능성이 낮아 면피용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13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는 것인데, 실제 은행 창구에서는 차주의 다주택자 보유 현황을 파악할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차주인 A씨가 은행 창구를 방문해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은행은 A씨의 다주택 보유 현황을 실시간 시스템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부부간 주택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시스템도 구비돼 있지 않아 주담대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보유한 차주의 주택소유 파악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은행이 이를 실시간 파악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달 말까지 시스템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은행 창구 주담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주가 대출신청을 해도 주택을 몇 채 보유하고 있는지 은행 창구에서 전산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당분간 대출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말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주담대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허점을 파악도 못하고 대책부터 발표했느냐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주택자 전세대출 허용 여부를 놓고도 수요자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근무상 형편에 따른 이사나 부모 봉양 등의 전세대출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고려해 제한조치를 약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을 현재 이용하고 있는 1주택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소득 요건을 보지 않고 대출 연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상인 차주도 SGI서울보증을 통해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적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연소득 1억원이 넘는 1주택자에게는 전세보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2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기관 모두 보증을 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 관련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세보증 개편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김기혁·박진용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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