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산하 예술 단체장의 오랜 공석이 뒤늦게나마 하나 둘씩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새 기관장 또는 유력 후보의 면면을 보고 문화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비슷한 색깔을 지닌 ‘코드 인사’들을 찾다 보니 단체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예술계 리더십의 장기 공백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뼈 있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기관장의 경우 지난해 9월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 1년 가까이 자리가 비어 있던 국립극장장 인선이 임박했으며, 김철호 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금 연주자로 오랜 기간 활동한 김 단장은 진보 성향의 단체인 민예총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3년 국립국악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09년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예술 단체장들이 속속 물러나는 와중에 김 단장도 함께 사퇴한 바 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이번 주 금요일(21일) 신임 극장장의 취임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라며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평양에서 돌아오는 20일께 인선이 최종 확정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시는 이날 서울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김종휘(본명 김대일) 전 성북문화재단 대표를 선임했다.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을 만들어 운영한 이력을 보유한 김 신임 대표는 지난 2012년 이후엔 성북문화재단을 이끌며 예술가와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예술 정책을 모색해 왔다. 이와 함께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문화시민도시정책위원회, 도시공원위원회 등 서울시의 각종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문화·예술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앞서 유명 방송 프로듀서 출신인 주철환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임기 만료를 1년 넘게 앞둔 지난 7월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자 공연계에서는 “주 전 대표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한 제보가 서울시에 접수되면서 사퇴를 결심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수장 인선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문화·예술계에 연간 2,000억원을 지원하는 이 기관은 고(故) 황현산 당시 위원장이 위독한 건강 상태 때문에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신임 문예위원장으로는 연극배우 출신인 최종원씨가 다소 앞서 나가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를 지낸 임정희씨와 박종관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씨는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도종환 당시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문체부 산하 예술 단체장 가운데 첫 외국인 수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선도 관심거리다. 마리 전 관장은 지난 2015년 12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발탁해 국내 유일의 국립 미술관 수장에 올랐다. 현재 미술계에서는 마리 전 관장의 후임으로 참여정부 시절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을 지낸 이영욱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비롯해 현재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인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 김홍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김선정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 이용우 전 상하이히말라야미술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체부는 다음 달 초 관장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이승엽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공석인 서울시 산하 세종문화회관 사장 인선도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계에서는 박인건 부산문화회관 대표와 공연장 회계전문가로 꼽히는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점치고 있다. /나윤석·서은영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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