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인간 게놈지도가 이미 완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의 ‘연구 편식’으로 약 2만개의 인간 유전자 중 90%에 해당하는 1만8,000여개의 유전자가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토머스 스퇴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5년까지 발표된 유전자 관련 논문들의 분석 결과, 이런 편향된 연구 경향이 파악됐다고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 온라인 학술지 ‘PLoS Biology’를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 유전자 연구가 2,000여 개에만 집중돼 정작 의학적으로 중요한 폐암 관련 유전자나 유방암 유전자군 등에 대한 유전자 연구는 소외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약 30%에 달하는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논문이 단 한 차례도 발표된 적이 없으며, 이런 연구 경향이 지속된다면 100년이 지나도 인간 유전자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이러한 연구 편향은 연구지원 정책이 새로운 유전자 연구 영역을 개척하는 것보다 게놈지도가 완성되기 전인 1980~90년대에 이미 많은 것이 밝혀진 유전자에 대한 추가 연구만을 부추기고 있으며, 갓 박사학위를 딴 연구원들도 기존 토대 연구가 빈약한 유전자 연구에 나서는 모험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박사급 연구원과 박사과정 학생이 밝혀진 것이 거의 없는 유전자에 대한 선구자적 연구에 나선 이가, 훗날 독립적 연구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0% 낮은 것이 드러났다. 스퇴거 박사는 이에 대해 “인간 유전자에 관한 현재의 연구들은 의학적 중요도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간 질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많은 유전자가 아직 연구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사회적 영향력과 연구비 지원 방식이 현재의 연구를 과거와 같은 주제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루이스 아마랄 박사도 “인간 게놈프로젝트로 모든 것이 바뀌었어야 하는데 그대로며, 과학자들은 같은 자리에 똑같은 유전자를 연구 중”이라며 “우리가 모든 관심을 10%밖에 안 되는 유전자에 쏟을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과학자들 스스로 이를 바로 잡을 수는 없으며, 과학계가 안전한 연구에 나서는 과학자보다는 미개척 분야의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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