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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인공지능과 지능주권

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사람의 음성 명령을 알아듣고 처리하는 똑똑한 스피커 ‘구글홈’이 지난주 국내에 상륙했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 같은 기능을 가능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국어 서비스로 전 세계에서 이용자 규모를 불려가고 있다. 그에 비해 국산 범용 AI는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어 명령만을 인식하는 내수용이다.

요즘 AI들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빨리 똑똑해진다. 사람처럼 경험을 통해 배우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증가하면 그만큼 기계가 체득하는 학습량이 늘어 지능 발전에 한층 가속이 붙는다. 반대로 이용자가 적다면 상대적으로 진화가 더뎌져 지게 되고 이에 실망해 다시 이용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승자독식 시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산과 외산 AI의 지적 수준에 차이가 있을까. 구글 어시스턴트와 국내 A사의 AI를 비교해보니 단순한 지시를 인식하는 능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명령이나 질문이 전문적이거나 추상적일수록 격차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양자(퀀텀)는 파동인가, 입자인가” 같은 전문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그랬더니 A사의 AI는 “요청하신 결과입니다”라는 짤막한 답변과 함께 단순히 양자역학 관련 뉴스들만 검색해 나열했다. 같은 질문을 영어로 던지니 아예 인식을 하지 못했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의 ‘미국판 버전’에 영어 질문을 해보니 “그런 아이디어를 파동·입자의 이중성이라고 한다”며 “입자는 어떤 방식으로 실험하느냐에 따라 입자 같기도 하고 파동 같기도 하다”는 깊이 있는 음성 답변이 나왔다.



만약 극소수의 외산 AI가 관련 시장을 독식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능주권’의 종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0년대 개인용컴퓨터(PC) 보급화 과정에서 외산 프로그램에 종속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우리는 PC용 운영체계(OS)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에 완전히 선점당했다. 그 결과 우리 정부·기업·기관·개인의 PC에는 윈도가 기본으로 깔렸고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계는 윈도용 응용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종속기업이 돼버렸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구글이나 애플의 AI가 우리의 행정 시스템과 기업경영 체계, 개인의 사생활에 바탕으로 깔려 있다고 생각해보자. 해외 대기업이 자사의 AI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다. 지능종속을 피하려면 먼저 국산 AI가 성장할 텃밭(이용자 기반)을 넓혀야 한다. 특히 다국어 지원 기능을 통한 글로벌 유저 확보가 필수다. 인구가 많은 영어·중국어·스페인어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 이와 더불어 토종 AI를 기반(플랫폼)으로 하는 다양한 응용 콘텐츠들이 개발돼야 이용자가 늘어날 것이다. 응용 콘텐츠 개발자들을 끌어들이려면 AI의 소스코드를 무료로 개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오픈소스 정책으로 독립성을 지켜온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OS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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