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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패했다는 혁신도시에 공기업 또 내려보내겠다니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혁신도시가 당초 기대와 달리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공공기관 이전 임직원 500명(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혁신도시가 성공했다는 응답은 23%에 머물렀다. 반면 실패했다는 비율이 41%를 넘었고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35%에 달했다.

참여정부 시절 혁신도시를 추진한 것은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하지만 교육·문화 등 정주시설이 부족해 나 홀로 내려간 비율이 53.7%를 넘어 ‘기러기 도시’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지역 특성과 동떨어진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바람에 전략산업 육성이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얼마 전 LH토지주택연구원이 혁신도시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이전 공공기관의 기능과 전략산업의 연계가 부족해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도시 이전 이후의 업무효율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혁신도시가 부동산 투기만 조장하고 지역 내 또 다른 불균형과 위화감을 조장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여권은 또다시 혁신도시에 60여곳의 공공기관 이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심지어 여당 지도부는 전국을 순회하며 특정 공공기관을 해당 지역에 내려보내겠다고 장담하며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고 있다. 응답자의 22.4%는 지방 이전과 관련해 해당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판이다. 이러니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써 공공기관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등 유치경쟁에 뛰어든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권은 1차 혁신도시가 드러낸 부작용과 비효율성을 고려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문제를 원점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 자칫 지역 간의 불필요한 갈등만 부추기고 진정한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은 없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혁신도시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호소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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