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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비핵화 시간표 없애려면 제재 시한도 없애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과)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며 “2년이든 3년이든 혹은 5개월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1년 1월까지 비핵화 완성’이라는 미국의 기존 비핵화 시간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없앴다고 해서 북한에 시간을 더 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두발언에서 “한반도와 역내, 세계의 안전은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준수에 달려 있다”고 밝힌 것도 북측이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대북 제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더 확고히 한 것이다.

북미 비핵화 빅딜의 한 축인 종전선언은 이러한 기본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기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가 간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함부로 깨기는 힘들다. 게다가 전쟁종식 선언은 단순히 내뱉는 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신뢰하고 존중한다는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상호신뢰의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제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측의 실질적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이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3차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비핵화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성과를 거둔 것은 거의 없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 것도,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국제사회의 사찰과 검증을 받은 것도 아니다. 북측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고 종전선언에 목을 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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