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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3D 프린팅 가슴·갈비뼈 이식수술 성공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팀

가슴근육에 생긴 암이 뼈 등에 침투

가슴뼈·2~6번 갈비뼈 상당부분 교체

박병준(가운데)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암이 가슴·갈비뼈에 전이된 환자에게 3D 프린팅 티타늄뼈 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앙대병원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팀이 국내 최초, 세계 여섯번째로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맞춤형 인공 가슴뼈·갈비뼈로 흉곽을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재건에 쓴 인공 가슴뼈·갈비뼈는 가로(직경) 28.6㎝, 세로 17.2㎝ 크기로 그동안 전 세계에서 사람에게 이식한 것 중 가장 크다.

4일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박 교수팀은 지난달 19일 가슴근육에서 생긴 암인 육종이 가슴뼈·갈비뼈와 심장을 둘러싼 막(심낭), 폐 일부 등을 침범한 환자를 수술하면서 3D 프린팅 가슴뼈·갈비뼈를 이식해 흉곽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환자는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보여 퇴원을 앞두고 있다.

흉곽은 12쌍의 갈비뼈와 10쌍의 갈비연골이 앞쪽에선 가슴뼈, 뒤쪽에선 등뼈와 연결돼 가슴부위의 형태를 유지하고 팔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55세 남성 환자는 가슴뼈와 2~6번 갈비뼈에 악성종양이 생겨 광범위한 뼈 절제 및 맞춤형 뼈 이식이 필요했다. 3개월의 항암치료 중 종양이 작아지고 새로운 병변이 보이지 않는 등 부분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다 수술 1주일 전부터 종양이 급격히 커져 흉곽 절제와 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6개월 이상 살기 어려운 다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티타늄 막대를 깎거나 주물 틀에 부어서 또는 골 시멘트 등을 쓰는 기존 방식으로는 환자의 가슴뼈·갈비뼈를 빼닮은 인공뼈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잘라낼 뼈가 너무 크고 복잡해서다. 투박하게라도 만들 수는 있지만 무거워서 수술 후 흉부의 불편감·호흡곤란이 불가피했고 남은 갈비뼈와 연결·고정하려면 티티늄 바를 덧대야 했다. 여러 소재를 쓰면 이물반응·세균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인공 가슴뼈와 2~6번 갈비뼈의 절반가량을 3D 프린팅 방식으로 만든 티타늄 인공뼈를 환자의 남은 갈비뼈와 고정한 모습(왼쪽)과 가슴·갈비뼈의 전체 구조(오른쪽).




이에 박 교수, 성형외과 김한구 교수와 호흡기알레르기내과·영상의학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 중앙대병원 다학제진료팀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흉곽을 재건하기로 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바탕으로 절제·재건할 흉곽의 범위를 정했다. 이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건희 적층성형가공그룹장 연구팀에 의뢰해 순수 티타늄 분말을 3D 프린터로 한 층씩 쌓고 녹여가면서 가슴뼈 전부와 2~6번 갈비뼈의 절반가량을 대체할 맞춤형 인공뼈를 제작했다.

인체에 무해하고 크지만 가벼워(190g) 이식 후 호흡곤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다 심장마비가 왔을 때 흉부압박으로 가슴뼈를 2.4㎝가량 눌러도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탄성이 뛰어나다. 티타늄 가슴뼈의 위·아래, 티타늄 갈비뼈의 끝 부분에는 환자 본인의 빗장뼈, 남은 갈비뼈를 나사 등으로 고정할 수 있게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생물학적 안정성 및 강도·인장도 시험을 거쳐 중앙대병원 임상시험위원회(IRB) 승인을 받는 등 안정성·기능성도 확보했다.

그동안 3D 프린팅 가슴뼈·갈비뼈 이식은 스페인·이탈리아·미국·영국·중국 등 5개국에서만 성공했다.

박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순수 티타늄 소재의 가슴뼈·갈비뼈는 환자의 가슴에 꼭 맞고 가벼운데다 탄성이 뛰어나 불편감, 감염·합병증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번 수술을 통해 갈비뼈를 어느 정도까지 인공뼈로 대체해도 안전한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2016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두개골 이식수술을 시작으로 인공턱·광대뼈 재건수술에 성공하는 등 3D 프린팅 수술·치료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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