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2위 기업인 자동차와 이동통신사의 낯선 제휴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도요타 측의 전격적인 제안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세계 2위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로서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보기술(IT) 기업의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이미 구글이 자율주행 특허 경쟁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IT 기업의 도전이 거센 판국에 과거의 영화에 안주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지 못하면 생존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소프트뱅크가 합작사 지분 50.25%를 차지하며 과반을 보유한 것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이 IT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눈을 돌려 국내 자동차산업을 살펴보면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자동차 생산량은 해마다 쪼그라들고 1·2차 협력부품사들마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산업이 인수합병(M&A)의 호황을 맞았지만 우리는 불과 11%를 차지하는 데 머물렀다. 차량공유시장만 해도 복잡한 이해관계와 당국의 무능이 겹쳐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카풀서비스에 반대한다며 카카오에 몰려간 택시노조를 보면 만약 대기업이라도 진출할 경우 어떤 후폭풍이 휘몰아칠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니 현대자동차·SK 등 대기업들이 겹겹이 쌓인 규제를 견디지 못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앞다퉈 동남아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자동차산업이 100년에 한 번 올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기술혁신으로 자동차의 개념과 경쟁자도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자동차산업도 이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갖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산업 간 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이 함께 미래차를 개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