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잔디밭보다 더 짙푸른 초록색 바탕 위에 통통하게 살 오른 닭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섰다. 젊은 작가 김경원의 ‘오버래핑 룰즈(Overlapping Rules)’. 작품값은 80만원. 즉시 ‘팔렸음’을 뜻하는 빨간딱지가 붙었다. 올해 유니온아트페어의 첫 거래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작가 직거래장터로 급부상 한 유니온아트페어가 7일 나란히 막을 내렸다.
지난 3일 VIP오픈에 이어 4일 공식개막한 키아프에는 14개국 화랑 174곳이 참여해 3,000여 점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B홀을 통째 사용했다. 매년 열리는 키아프지만 올해는 리히터의 대작 전시를 비롯해 눈에 띄게 그 수준이 높아졌다. 세계 최정상급 화랑으로 올해 처음 참여한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미국의 페이스갤러리, 프랑스의 페로탱갤러리, 일본의 이노우에갤러리 등이 세계 유명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국내 화랑에도 신선한 자극을 제공한 덕이다. 한화 약 27억원인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 시리즈를 출품하기도 한 제니퍼 염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 디렉터는 “한국 미술시장의 저력을 보고 참가했다”면서 “한국에서 미니멀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대 미술시장의 최신 경향을 반영하는 게 아트페어인 터라 한동안 ‘단색화’ ‘민중미술’ 등이 유행처럼 여러 부스에서 선보였으나 올해는 다양한 흐름 속에 미니멀한 추상미술, 팝아트나 일러스트 같은 친근한 이미지 등이 고루 선보여 주목 받았다. 화랑협회 측에서 부스 숫자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화랑 간 작품 편차가 여전히 깊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평가된다.
한편 키아프와 영동대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지난달 28일 막 올린 ‘유니온아트페어’는 일명 작가미술장터로 중개 수수료 없이 작품 구입비가 전액 작가에게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작품 당 가격도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예술 향유의 저변 확대와 미술품 구입 활성화 등을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공모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작가 직거래 방식이 미술시장 유통 주체인 화랑의 역할을 소외시킨다는 업계 반발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유니온아트페어의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 2016년 첫 회 관람객 8,500명이던 것이 지난해는 1만2,000명으로 급등했다. 올해는 개막 첫날에만 3,500명이 다녀갔고 열흘간의 행사기간 내내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입소문이 퍼졌다. 옛 섬유공장과 자동차정비공장을 리모델링한 에스팩토리가 갖는 장소성과 날 것의 멋스러움이 젊은 작가들의 열정을 투영하기에 적합했다는 평가다. 올해는 총 134명의 작가들이 1,0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본 행사 외에 주최측이 엄선한 작가 180명으로 꾸린 특별전 성격의 ‘유니온X’도 눈길을 끌었다. 소위 이름값 있는 작가도 제법 있고 규모가 크고 실험적인 설치작품도 섞여 있어 관람객 스스로가 안목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 2층에서는 어린이 100명이 참여한 ‘유니온 키즈’가 마련돼 가족 축제의 장을 이뤘다. 특히 아트페어 방문객의 관람패턴을 고려하고 퇴근 후 직장인 등 젊은층 공략 등을 분석해 오후 2시부터 저녁 10시까지로 운영시간을 책정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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