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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기요금을 탈원전 쌈짓돈으로 쓰겠다는 건가

정부가 탈원전 비용을 기어코 전기요금에서 충당할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정책에 따른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메우기 위해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탈원전 비용의 기금 전용이 합당한지 법률적 자문도 받았다고 한다. 이 기금은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조성한 준조세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도서·벽지의 전력공급, 발전소 지역 주민 지원 등에 사용된다. 앞서 6월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따른 비용을 나랏돈으로 보전해주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진작부터 탈원전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전용하는 데 반대해왔다. 이 기금은 글자 그대로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에 사용하도록 용처가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원전을 조기 폐쇄하거나 짓다 말아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전력산업 발전 및 기반 조성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원전 분야는 아예 산업생태계가 황폐해질 우려도 있다. 이 기금은 기본적으로 만성적 전기 보릿고개 시절에 전력산업 진흥과 육성, 전기의 보편적 사용을 위해 만든 것이지 규제의 비용을 보전하는 용도로 조성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에 나서는 것도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 떳떳하지 못한 행태다. 국회 동의를 회피하기 위한 변칙이자 꼼수다. 법률 위반 가능성도 있다. 기금 사용처를 규정한 전기사업법 제48조에 시행령 위임 조항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법률상 시행령 위임 조항에서는 ‘전력사업과 관련한 중요사업’으로 못 박았다.



어떤 형태로든 탈원전 손실 보전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관건은 어떤 재원이냐다. 기금도 예산처럼 국회로부터 지출 동의를 받지만 예산심사보다 덜 까다롭다. 탈원전정책에 대한 국민적 논란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탈원전 비용의 재원조달 방식은 국민대의기구인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 산업부는 변칙적인 시행령 개정을 접고 법률로 정하거나 정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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