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수준의 고용쇼크가 이어지자 정부가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가장 먼저 선언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000명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역시 1,000명의 체험형 인턴 채용계획을 내놓았다. 공공기관의 단기 채용을 확대해서라도 고용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인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인력(1,500명)의 3분의2인 단기직을 부서별로 할당해 활용하기로 하면서 인건비 부담 등에 대한 내부 반발도 크다.
10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단기일자리 실적 및 계획 현황조사’ 파일을 보내 단기 일자리 확대방안을 보고받고 있다. 당정청은 최근 “이른 시일 내 단기 일자리 창출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일환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기재부의 발송 엑셀파일을 봐도 문서의 성격은 단순 수요조사를 뛰어넘는다. 공공기관 부서마다 담당자와 연락처까지 기재하게 했고 채용인원 확대가 곤란할 경우 사유까지 적으라고 돼 있다. 파일을 받은 공공기관들은 “단기 채용 일자리를 만들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공기관들도 속속 대책을 보고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연말까지 2개월의 단기 일자리 1,000개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당초 보고한 것은 500개였지만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규모를 2배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한 직원은 “두 달간 단기직에게 맡길 일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근무할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고용지표 완화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 의미 없이 인건비 지출만 엄청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공공기관들 역시 ‘압박채용’에 나선다. 코레일은 1,000명 규모의 체험형 청년인턴과 기차역 주차장 세차 서비스 인력 100~200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500명을 단기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도 단기 일자리 200여개를 만든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질 나쁜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보다 정공법으로 고용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