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기온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환절기에는 목이 붓고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는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후두와 주변 조직이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긴 ‘급성 감염성 후두염’이 대표적이다. 흔히 목감기라고 한다.
감기는 바이러스·세균에 의한 상기도(上氣道·코와 입안~후두) 감염으로 콧물·코막힘을 동반한 코감기(급성 비염), 침·음식을 삼킬 때 목구멍 통증을 동반한 편도염과 감염성 후두염, 그리고 상부 기관지염 등을 아우른다.
후두는 3~6번 목뼈(경추) 앞부분에 있는 기관이다. 삼킨 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후두덮개, 발성기관인 성대 등으로 구성된다. 코와 입으로 들어온 공기와 음식물이 목구멍으로 뒤섞여 들어오다 식도와 기도로 나뉜데다 성대까지 달려 있어 상기도 중 가장 좁다.
후두염은 발생 원인에 따라 감염성 후두염, 지속적인 성대 사용과 담배 등의 자극에 의한 만성 후두염, 위산 역류에 의한 역류성 후두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영유아·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하고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성 후두염에 걸리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 후두염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2만명에 이른다. 남자는 9세 이하, 여자는 30대가 가장 많지만 진료인원이 전 연령층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감염성 후두염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고 코와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를 가습하고 이물질을 걸러내는 여과기 역할을 하는 후두 점막 같은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한다. 공기 중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에 취약해져 후두에 염증이 생겨 빨갛게 붓고 열이 나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후두 주변의 편도, 인두(코·입안에서 후두 사이), 기관지 등으로 염증이 퍼져 침·음식을 삼킬 때 목구멍에 통증을 느끼고 목소리가 쉬거나 갑자기 나오지 않거나 기침·콧물·코막힘·가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인두염·후두염·기관지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바이러스성 후두염은 완치에 1주, 세균성 후두염은 2~3주 정도 걸린다. 후두가 인두보다 기관과 가까워 후두염은 인두염에 비해 기침이 심하고 숨쉬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는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급성 후두염·인두염을 포함한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며 “초기에는 바이러스성 염증으로 보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데 3~4일 지나 누런 가래, 점막 염증 소견이 심하면 세균성 염증으로 판단해 항생제를 쓴다”고 설명했다.
급성 세균성 후두염은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기관지염·폐렴 등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염성 후두염이 심해지면 숨쉬기 힘들어지고 발열·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영유아는 기도가 성인보다 좁아 급성 후두염이 컹컹 울리는 기침,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조재구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미열·콧물 등과 함께 컹컹거리는 기침 소리를 내면서 숨쉬기 힘들어한다면 단순 감기로 생각하지 말고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며 “급성 폐쇄성 후두염의 경우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대처가 늦으면 호흡을 못해 질식사할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성 후두염을 가볍게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 후두염으로 악화하거나 목소리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만성 후두염은 목소리를 많이 쓰거나 지나친 흡연·음주, 위식도 역류, 스모그·미세먼지 흡입 등 비감염성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 후두염이 진행돼 성대 내 염증이 심해지면 성대 결절·물혹(폴립)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후두염 증상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급성 후두염은 증상에 따라 소염진통제·해열제·진해거담제 등이 처방된다. 성대의 염증으로 쉰 목소리가 심하거나 후두덮개 부종이 심해 호흡곤란이 올 경우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쓰기도 한다.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말을 줄이는 등 후두를 자극하지 않아야 빨리 낫는다. 실내를 환기시켜 공기를 깨끗이 만들어주고 가습기 등으로 실내 습도를 높여 주는 게 좋다. 후두를 자극하는 흡연·음주, 맵고 짠 음식도 삼가야 한다. 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 후 손 씻기 등 위생관리에 신경을 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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