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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IT강국 韓의 그늘]페북·애플 수익내도 매출 '깜깜' 공평과세 해법 오리무중

<상> 얌체경영하는 글로벌IT 기업

OECD서 '서버 둔 곳이 고정사업장' 기준 만들어

해외기업 국내 수익 중 상당수 조세피난처로 옮겨

韓 역외기업 부가세 강화한다지만 효과 낼지 의문

국제조약 맹점에 EU도 세수손실 3년간 6조 달해

지난 7월2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 인터넷사업자를 겨냥해 과세 강화의 칼날을 빼 들었다. 국외 사업자들이 한국에 클라우드서비스(클라우드컴퓨팅)를 제공할 때 해당 상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매기겠다는 내용이었다. 해외에 설치한 컴퓨터 서버의 저장공간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온라인으로 한국에 빌려주는 식으로 장사를 해온 구글·아마존 등을 겨냥한 조치다. 이들 국외 기업들은 부가세 없는 가격으로 클라우드 상품을 팔다 보니 부가세를 부과하는 토종 클라우드 상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았다. 김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토종 기업의 역차별을 해소하려 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완전히 바로잡힌 것일까. 안타깝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세회피 논란의 핵심인 법인세·소득세는 여전히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을 잡는 데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실제로 네이버가 2017년 낸 법인세는 4,000억원에 달한 반면 구글이 국내에 납부한 세금은 2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구글코리아의 2017년도 매출 추산액은 4조9,000억원으로 같은 해 네이버 매출(4조7,000억원)을 앞선다. 이 추정이 맞다면 매출 규모가 네이버보다 많은데도 구글이 낸 세금은 20분의1 토막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해가고 있는 페이스북·아마존은 아예 매출 추계액이나 납세액조차 알 수 없다. 애플의 경우에도 앱스토어 등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콘텐츠의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이에 대해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세법체계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해외 기업이라고 해도 한국에 수익의 원천이 있는 소득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해외 사업자가 한국에서 내국인에게 소프트웨어 등 온라인 콘텐츠를 팔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받는 대가에 대해 우리 과세당국은 법인세·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는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는 형편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개정된 세법개정안으로도 솔직히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영위하는 영업활동에 대해서는 매출 자료 등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제조세조약 등 문제도 걸려 있어 완벽하게 (법인세·소득세 등을) 과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제조세조약의 허점을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활용해 개별 국가의 과세망을 교묘히 농락하고 있다. 허점이란 ‘고정사업장’의 소재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들은 해외 사업자라도 자국 내에 고정사업장을 두면 현지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갖추고 조약도 체결한 상태다. 그러나 구글·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은 한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다.

한국에는 버젓이 구글코리아·애플코리아·페이스북코리아가 법인으로 등록해 영업 중이다. 그런데 왜 고정사업장이 없는 것으로 규정되는 것일까. 이는 2000년대 초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첫 단추를 잘못 채운 탓이다. 당시 인터넷 기업들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자 OECD 회원국들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어 인터넷 회선을 타고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로 소득이 발생하면 어느 나라가 해당 소득에 대해 과세권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전통적인 방식대로라면 전자상거래사업자가 고정사업장을 둔 나라에 과세권이 주어진다. 고정사업장이란 특정 장소에서 일정 기간 사업의 일부나 전부를 영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IT 기업들은 이 ‘장소’의 기준을 어디로 두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놓고 갑론을박 끝에 내려진 결론이 컴퓨터 서버를 IT사업장의 고정사업장으로 인정하자는 합의였다. 이것이 주요국 간 조세조약에 반영돼 우리 세법도 준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자사의 서버를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회피지역 등 역외에 두는 방식으로 소득 발생국에서의 과세권 행사를 회피하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이 완전히 법인세 등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구글코리아의 경우 한국에서 구글 관련 광고계약의 체결 주체가 된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발생하는 광고수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광고매출은 미미하기 때문에 납세액 자체가 크지 않다. 가장 큰 수익원으로 추정되는 앱마켓(구글플레이 등) 매출 등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나 소득세가 매겨지지 않는 형편이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구글에 대한 세무조사를 보다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세정당국이 구글을 포함한 외국계 IT 기업들의 국내 사업소득을 최근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하지만 온라인 영업매출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가 대부분 서버 소재지인 해외에 있고 수익발생 구조가 유형의 일반 제품거래와는 달라 솔직히 이들 기업의 국내 원천소득 현황을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딜레마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국가들이 해외 IT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를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법인세 등은 국제조약의 맹점으로 인해 제대로 과세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결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규모가 큰 10대 주요국이 떠안은 세수 손실은 2013년부터 3년간 6조원에 육박하는 44억3,600만유로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지난해 7월 폴 탱 유럽의회 의원에 의해 발표되기도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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