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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은 경제가 감내할 수준이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장관은 “1990년대 초와 2000년대 초 최저임금이 10% 이상 상승했다”면서 “그때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폭 결정은 경제상황이나 고용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대폭 인상된 데 대한 공개적인 우려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 장관의 발언은 정확한 현실인식에 바탕으로 둔 것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정부 내부에서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이 더러 제기됐지만 고용·노동정책의 수장이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라 주목된다. 다만 이 장관은 논란을 빚고 있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불가피해도 입법 예고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손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쉽다.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을 스스로 철회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고용정책의 주무부처가 일자리 참사를 목도하고도 문제 있는 정책을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정부 안대로 시행을 강행하기에는 현실적인 무리가 너무 많다. 당장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부터 주휴시간 제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국회에는 시행령 규정을 무력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정부 의도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이 장관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하겠다면 이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후유증만 커질 뿐이다. 일하지 않아도 유급 처리되는 주휴시간은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한 조치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 분석에만 매달려도 될 정도로 한가한 경제상황도 아니다. 이 장관은 부디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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