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어떤 방식이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지급액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는 대신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9%에서 11%로 올리는 안과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내리되 보험료율은 향후 10년에 걸쳐 13.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도 기성세대, 젊은이 할 것 없이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반대했으니 정부로서는 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게 분명하다.
하지만 국회에 맡긴다고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여야는 연금 개혁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보험료 인상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표 떨어질 게 분명한데 위험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 모른다. 3년 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도중 반대급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던 여야다. 비록 여론의 역풍에 없던 일이 되기는 했지만 이런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이대로 놓아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다. 그럼에도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이 두렵다고 연금 개혁의 공을 국회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이제라도 정부가 온 힘을 기울여 합리적인 단일안을 만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20년 넘게 국민연금 개혁을 내버려둔 책임을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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