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단 전투단 어떻게 구성되나?=‘RCT(Regimental Combat Team·연대전투단 훈련)’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게 될 수 있다. 연대급 부대의 최대 훈련인 RCT에는 연대의 전 장병은 물론 지원부대 병력이 따라붙는다. 포병에서 방공·기갑·공병 등 연대급 규모의 부대가 보유하지 못한 병종들이 배속돼 연대장의 지휘를 받는다. 앞으로 한국 육군의 중추가 될 여단은 ‘각종 지원부대가 상설 배치된 연대전투단의 확대판’ 격이다. 포병 등의 지원병력이 상시 배속된 상태여서 여단의 독자적인 작전수행능력이 커진다. 보병을 기준으로 1개 연대는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새로운 여단은 포병 등을 포함해 최대 5개 대대까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경우 갈수록 여단에 배속되는 대대의 수를 늘리는 추세다.
◇‘레고’ 블록 꾸미는 듯 병력 운용=우리 육군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모듈화를 달성할지는 의문이다. 다만 원칙적으로 모듈화는 단위부대를 마치 레고 블록처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미 육군의 전차 정비 개념과도 비슷하다. 미 육군은 기갑여단이 보유한 전차 전부를 정비하면서도 같은 부품을 모아 마모도 등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 뒤 모든 부품을 신품에 준하는 수준으로 개선하거나 아예 신품으로 채워넣는다. 이렇게 한데 모인 수많은 부품들을 무작위로 조립해 전차를 다시 완성한다. 미군은 정비뿐 아니라 부대 운용도 이렇게 하고 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은 2보병사단이지만 예하 여단은 굳이 2사단 소속이 아니라 3사단 소속이 들어오고 나간다. 미군은 한 여단에 각기 다른 사단 소속의 대대로 구성되는 경우도 많다. 미 육군이 제2차 걸프전쟁을 전후해 도입한 이 같은 모듈화 병력 운용은 전 세계의 공통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도 2년 전부터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10년간 검토 끝에 이제야 실행=한국도 오랜 검토 과정을 거쳤다. 걸프전쟁 직후부터 모듈형 부대 운용 방안을 검토했으나 끝내 막혔다. 상명하복과 조직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문화와 정반대 개념인데다 모듈화 부대 운용의 실익도 사실상 거의 없었다. 같은 보병대대라고 해도 지역마다 부대의 편차가 컸다. 산골의 오래된 구형 막사에서 거점을 지키는 것이 주 임무다 보니 부대 교체가 의미가 없었고 비용도 컸다. 하지만 현대식 생활관이 속속 완공되고 주둔지가 보다 큰 부대 단위로 통합되며 기동장비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여기에 병력 자원 감소와 복무기간 감축이 겹쳐 병력 운용의 효율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보병여단 개편’은 내년부터=시행착오를 거칠 가능성도 적다. 육군의 모듈화 계획과는 별도로 국방부가 진행하는 국방개혁2.0에 이미 12개 완편 사단(전방 사단)의 보병연대를 보병여단으로 바꾼다는 계획이 실행되기 때문이다. 보병여단으로의 개편은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본격 추진한 국방개혁2.0이 수립되기 이전부터 그 뼈대가 확정된 사안이었다.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병여단에서는 사단 화력이던 105㎜ 견인식 곡사포가 차륜식 자주곡사포로 개량된 채 여단 화력으로 등장하게 된다. 대대보다는 작은 포병부대가 ‘포병대’라는 명칭으로 각 여단 직할부대로 자리 잡는다. 보병여단은 기존의 3개 대대에 군수지원대대가 추가돼 105㎜ 자주곡사포 등을 운영하게 된다. 연대 직할 전투지원중대도 지원대대로 통합되며 대전차용으로 운용하던 106㎜ 무반동총 역시 현궁 대전차 미사일로 교체될 예정이다. 육군은 현궁 외에도 단거리 대전차 로켓을 개발해 대대급까지 내려보낼 계획이다.
◇기동력 획기적 증대, 맡은 범위도 넓어져=모듈화 부대 구조 개편은 2030년까지 모든 보병을 기동화하겠다는 ‘코리아 아미 타이거 4.0’과도 맞물려 있다. 여단전투단이 지금의 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기동성 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육군은 새로 도입할 차륜형 장갑차(서부전선)와 기계화사단 부대 개편으로 나올 K 200A1 궤도식 장갑차(중부전선),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소형전술차량(동부전선)을 연차적으로 보급해 2025년께 사단급 부대까지 시범 보급을 마칠 계획이다. 모듈형 부대 개편 시기와 맞물려 있다.
기동력 향상은 부대 전투력 향상에 직결된다. 한 시간을 걸어서 5㎞를 이동하는 부대와 차량에 탑승해 같은 시간에 50㎞를 기동하는 부대가 맡을 수 있는 영역은 하늘과 땅 차이다. 육군에 따르면 속도가 10배라면 작전영역은 100배 넓어진다. 단위 시간당 작전 가능 영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면적=πr²)하기 때문이다. 기동화는 다양한 무장과 모듈형 전투장비에 전원을 공급하고 수송하는 이점까지 제공할 수 있다. 육군의 모든 부대 가운데 특수부대로 분류될 산악여단(전문 등반장비와 스키를 갖춘 부대로 규모가 줄어들 경우 산악대대로 편성 운용)을 제외하고는 전 병력이 기동화·모듈화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듈화가 장비까지 포함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에 6~9개월 단위로 배속되는 미군은 장비는 한국에 놓아둔 채 부대 병력만 바꾸는 경우와 장비까지 다 함께 옮기는 경우를 병행하고 있다. 장비까지 함께 이전하는 경우는 해외파병 연습을 겸한 것으로, 장비는 두고 사람만 움직이는 게 원칙이다. 장비의 고장이나 분실의 경우 책임소재 규명에 바쁜 한국군으로서는 요원한 얘기다. 부대 모듈화가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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