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과거의 실패담이다. 지금은 화려해 보이는 CEO도 그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가 뒷받침돼 있다. 이들은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자일수록 첫 사업에서 크게 실패한 사람이 많다.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는 2년 동안 5번의 부도를 내고 회사 문을 닫았다. 그 후 또다시 2년 뒤 오늘날의 포드 자동차를 세워 유명한 자동차 모델을 생산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불과 17살의 나이에 폴 앨런과 창업을 했다가 사업을 접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이 둘은 다시 의기투합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왕국을 건설한다.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꼽히는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도 과거 수제가구 사업을 해서 망한 이력이 있다. 그 외에도 성공한 기업 중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곳은 극히 드물다. 구글에는 아예 “빨리 실패하고, 더 많이 실패할수록 성공한다”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프로젝트 실패 시 보너스를 주고 포상 휴가까지 보내준다.
물론 첫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다만 이런 성공은 대개 짧게 끝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최근 5년간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2%가 넘는다. 이처럼 국내의 창업 실태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정작 성공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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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실패를 준비하고 창업하는 사람은 주위에 드물다. 대부분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장밋빛 미래만 꿈꾼다. 그래서 예비 창업자에게 필요한 건 성공담보다 실패담이다. A 씨의 사례를 보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등 몇 년간 치밀하게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 아이템을 정한 뒤에는 주말마다 경쟁 업체를 찾아가 시장 조사를 했고, 영업 전략까지 세심하게 마련했다. 준비된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회사 근처 의류 매장을 오픈한 그는 월급을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고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인이 아니라 사업가가 된 A 씨는 인근에 매장을 하나 더 열었지만 얼마 안 가 유행이 지나고 인터넷 저가 공세에 맥을 못 추며 점점 손해가 누적됐다. 직원을 내보내고 온 가족이 매달려 봤지만, 건물주가 바뀌면서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더 버티지 못한 채 장사를 접었다.
A 씨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그보다 ‘첫 사업이 망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A 씨는 아마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고 매장을 더 늘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A 씨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사전 조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실패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
물론 실패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실패를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할 기회를 잡기 어렵다. 실패했다는 것은 곧 시도했다는 뜻이다. A씨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실패에 대한 자책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창업의 필연적인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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