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업계 3위인 웨스턴디지털은 2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D 낸드를 업계 최초로 적용한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i낸드 AT EU312 EFD’를 4·4분기 중 출시한다고 밝혔다. 웨스턴디지털 측은 이 제품의 샘플을 메이저 완성차 업체 대부분에 전달한 상태라고도 했다. 오는 2020년부터 웨스턴디지털의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한 자동차들이 거리를 오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는 “이번 신제품에 4세대 64단 3D낸드를 적용했다”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확고한 웨스턴디지털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제품임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의 신제품은 업계 최초로 3차원(3D) 낸드를 적용한 점에서 주목된다. 차량용 메모리반도체에서는 3D 낸드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기술적 한계와 업계 관행을 극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3D낸드는 평면(2D) 낸드에 비해 용량·속도·전력 사용 등에서 우수한 점이 익히 알려져 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는 활용되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정성과 긴 품질 보증 기간을 요구하며 기존의 2D 사용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역시 3D 낸드 중심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i낸드 AT EU312 EFD’은 이미 시장에서 신뢰성 검증이 끝난 UFS 2.1 인터페이스에 기반해 기존 e.MMC보다 2.5배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16GB부터 256GB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갖췄으며 순차 쓰기 속도 최대 550MB/s, 순차 읽기 속도 최대 800MB/s를 갖췄다. 내열성 보증구간도 -40~105도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3D 낸드 적용이라는 상징성도 있는데다 스펙만 놓고 봤을 때 업계 최고 수준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차량용 낸드와 D램 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낸드에 한정된 웨스턴디지털보다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ADAS와 인포테인먼트, 대시보드 시스템 등에 적용되는 낸드 기반 ‘256GB eUFS’를 선보였다. 연속 읽기속도가 850MB/s에 달해 웨스턴디지털 신제품보다도 높다. 내열성 보증구간도 -40~105도다. 삼성전자는 4월부터 자동차용 ‘10나노급 16b LPDDR4X D램’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론의 경우 웨스턴디지털과 삼성전자 추격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 버지니아주 마나사스 공장을 증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0억달러(약 3조3,5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차량의 충돌방지 시스템이나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기능의 차량용 칩 수요가 높아져 이를 위한 공장을 증축하게 됐다”면서 “미래의 자동차는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016년부터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구성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현재 일부 전장 업체에 전장용 메모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7.7% 성장하면서 553억달러(약 61조8,2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12.5% 성장해 전체 반도체 시장 평균 성장률(6.1%)의 2배가 넘을 것으로 관측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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