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는 쌍둥이 자매의 교내상 수상실적에 부친인 전임 교무부장이 관여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숙명여고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숙명여중·고에 배포되는 교지 ‘숙란’에 기재된 수상실적을 전수 분석한 결과 “쌍둥이 자매의 교내상 수상실적이 다른 학생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숙란에 따르면 자매가 1학년이던 지난해 언니는 일곱 개, 동생은 여섯 개의 교내상을 수상했다. 특히 1학기에는 1학년이 수상 가능한 ‘어버이 편지쓰기 대회’ ‘국어 어휘어법 경시대회’ ‘일본어·중국어 노래부르기 대회’ ‘숙명 자유탐구 발표대회’ 네 가지 부문 중 세 개 부문에서 자매가 상을 탔다. 학부모들은 “두 자매가 교사가 지정해야 들어갈 수 있는 기율부(선도부) 일원으로 들어가 나란히 봉사상을 수상했다”며 “교내 대소사를 총괄하던 전임 교무부장으로서 자매의 교내상 수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내상 수상실적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교육청 감사에 이어 경찰조사에서도 쌍둥이 자매의 휴대폰에서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학교운영위원회 녹취록에 따르면 학교 측은 “3심(최종심) 판결이 확정돼야 교사와 쌍둥이 학생에 대한 징계나 성적 정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숙명여고 교내 징계기준에 명시된 퇴학 사유인 ‘형사 유죄 판결’을 최종심 기준으로 해석한 것이다. 두 자매에 대한 징계조치에 길게는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학부모들은 “쌍둥이 학생들이 다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성적을 정정하겠다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당장 제 아이를 포함해 2학년 학생들은 피의자들 때문에 내신 등급이 밀렸다”며 “선생님들이 대책회의다 뭐다 수업을 단축해 아이들의 수업권도 침해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지난 19일 학교 측에 2학년 성적 정정과 쌍둥이 징계, 전임 교무부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앞 촛불집회를 경찰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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