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지난 시기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잇따라 복직하고 새 정부 이후 조합원들도 크게 늘면서 민주노총으로서는 나름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산하의 기업계열노조는 공기업·사기업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24일 자유한국당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불법파업으로 해고됐다가 복직한 민주노총 산하 코레일 노조원 98명 중 상당수가 다시 파업을 주도하거나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며 쟁의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3년 철도공사 전환과 2009년 공기업 선진화 정책, 2013년 수도권고속철도(SR)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해고된 98명의 코레일 노조원은 대법원의 ‘적법절차에 의한 해임 또는 파면’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올 2월 오영식 사장 취임 직후 전원 복직됐다. 98명의 업무를 보면 5명은 철도파업을 주도하는 확대쟁의대책위원회 위원에 포함됐으며 내년 하반기 복직 예정인 33명 가운데 16명도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 임원으로 이 중 2명은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임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불법파업한 직원이 복직한 선례는 최근 조합원 가입 증가와 맞물려 민주노총의 힘을 키우는 촉매가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올해 10월 83만5,000명에 달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민주노총 대구지역 총파업 투쟁본부는 권혁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이 삼성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며 11일 청장실을 점거했다. 최근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서울교통공사의 민주노총 산하 노조도 장기근속자 3,810명의 승진 요구를 사측이 들어주지 않자 지난달 시장실 점거를 시도한 바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도 지난달 서울고용노동청을 점거하고 천막농성을 벌인 끝에 고용노동부의 직접 교섭 중재를 받아냈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코레일 노조는 20일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다음달 8일부터 나흘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교섭 3회, 임금 실무교섭 11회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파업을 선택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의 노사 갈등도 21일 포괄적 합의를 이뤘지만 장기근속자의 승진 속도·규모 문제를 두고 언제든 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사회적 대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노총의 강성 활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의 경우 조합원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전체 근로자와 비교할 때 ‘소수’인 탓이다. 국내에서 노조 활동이 가능한 근로자 수(2,000만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 수의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렇게 낮은 비율에도 불구하고 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또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 강경 대응을 꺼리는 한국노총과는 달리 파업카드를 손쉽게 선택하곤 해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기업들은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을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노조가 결국 대화 테이블에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도 “노사가 포괄적 합의를 이룬 상황”이라며 “전망에 대해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송주희·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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