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도입 등으로 철도역사로서 기능을 잃은 옛 서울역은 지난 2011년 새 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로 재탄생됐다. 오래된 철도역사가 미술관으로 바뀐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과 빗대어 ‘한국의 오르세’라는 별칭도 붙었다. 오르세미술관은 고흐의 ‘자화상’ 등 명화가 즐비해 루브르박물관·퐁피두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옛 서울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 있었지만 2004년 KTX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한 채 수년간 방치돼왔다. 또 일제의 흔적이 남은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곳의 관리를 맡기 시작했고 국가사적으로서 문화재적 가치를 회복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후 2009년 7월 복원에 착수했고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11년 8월 ‘문화역서울284’를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이곳은 시민들에게 전시회·공연·영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서울역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 후 서울역의 ‘뿌리’를 찾는 노력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모델이 도쿄역이 아니라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게 됐다. 당초 ‘경성역’은 도쿄대 건축학과 교수인 쓰카모토 야스시가 도쿄역을 모방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일종의 정설로 자리 잡혀 있었다. 하지만 경성역의 사후 유지관리를 위해 만든 ‘경성역 준공도면’ 등이 공개되면서 점차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갔다. 대신 옛 서울역은 1896년에 건축된 스위스 ‘루체른역’을 모방한 것이라는 설명이 많다. 다만 현재의 루체른역은 1971년 발생한 화재로 다시 지어진 건물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