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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나쁠때 잇몸 붓는 느낌...치주염 의심하세요

치은에 세균 침투 잇몸뼈 등 확산

심해지면 턱뼈 녹아 없어지기도

임플란트 혈관구조물 없어 취약

올바른 칫솔질·치실 사용하고

3개월마다 치과서 검진 받아야





“간혹 몸 상태가 안 좋은 날 잇몸이 좀 부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염증 때문에 잇몸뼈가 녹아내리고 치주염이 진행되는 시기입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씹을 때 통증을 느끼고 이가 흔들리는 등 명확한 자각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 이를 빼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성구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충치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잇몸병에 대해서는 초기에 치과에서 원인치료를 받지 않은 채 잇몸약·진통제 복용으로 대신하려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치주염도 정확한 칫솔질 등 구강 위생관리를 잘하면 충치와 마찬가지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잇몸병은 치아를 둘러싼 치아뿌리를 덮은 분홍색 점막조직인 치은에 세균이 침투해 시작된 염증(치은염)이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치주인대 등으로 확산(치주염)되면서 악화한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주저앉으며 통증·압박감이 생기고 이가 흔들리거나 시리며 입냄새가 심해진다. 관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씹지 못하다 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 치주염이 심해지면 턱뼈가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잇몸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518만명으로 급성 기관지염(1,619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20~30대 연령층은 6년 새 209만명에서 430만명으로 2배 이상 불어나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과거에 비해 치아 청결 작용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 식품의 섭취 비중이 줄고 육류, 부드럽고 치아 표면에 잘 달라붙는 식품, 당분이 많은 음료 섭취가 늘어나 충치·잇몸병 환자가 늘어난 까닭이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김현덕·이종호 교수팀이 지난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4,766명을 조사했더니 10명 중 5명(47.6%)이 치은염을, 2명(19.6%)이 치주염을 앓고 있었다. 하루 3회 이상 칫솔질을 할 때 치실을 함께 사용한 그룹은 치주염 유병률이 44% 낮았다. 특히 40∼50대 중년층에서는 치주염·치은염 예방률이 78%, 68%나 됐다.

하지만 잇몸병 치료를 받은 뒤 3~6개월마다 정기 검진·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75%나 되고 이들이 치아를 잃을 위험은 정기 검진·치료를 받는 사람의 2배나 되는 게 현실이다. 김성태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어지면 잇몸질환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잇몸조직은 서서히 파괴될 뿐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잇몸병은 세균에 의한 잇몸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어서 치료를 했어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치과 검진과 철저한 구강 위생관리로 재발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충치·치주염 등으로 인공치아인 임플란트를 한 경우 잇몸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교수는 “임플란트 부위는 자연 치아보다 잇몸병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구강 위생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세균이 잇몸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증식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리므로 구강 위생관리를 잘 안 하거나 잇몸뼈가 잘 녹아내리는 사람은 3개월에 한 번 치과에서 임플란트 부위를 검사하고 청소할 필요가 있고 담배는 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플란트 부위가 잇몸병에 더 취약한 이유는 뭘까. 자연 치아뿌리와 잇몸뼈 사이에는 외부 세균 등과 싸우며 방어 기능(면역반응)을 하는 혈관구조물·인대막이 있다. 덕분에 잇몸뼈가 염증으로 녹아내리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수십 년씩 버티기도 한다.

반면 인공치아인 임플란트와 잇몸뼈 사이에는 혈관구조물이 없다. 임플란트는 잇몸뼈에 나사를 박고 그 위에 치아와 비슷한 색깔·모양의 크라운을 씌운 구조물이라서다. 따라서 구강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주염이 쉽게 재발하고 진행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심은 지 몇 년 안된 임플란트를 빼야 할 정도로 잇몸뼈가 망가져 잇몸뼈 재생치료 및 새 임플란트 이식을 받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쉽다.

잇몸뼈가 녹아내려 심어져 있던 임플란트 나사 부위(픽스처)가 절반가량 밖으로 노출되면 구강 위생관리를 잘하면서 치과 정기진료를 받으면 임플란트를 빼야 하는 상황을 피하거나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잇몸뼈 속에 심어져 있던 임플란트 나사 부위가 3분의2 이상 노출됐다면 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잇몸뼈를 좀 갈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손상된 잇몸뼈는 재생수술로 회복시킬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잇몸뼈 재생에 자신의 뼈(자가골)를 처리해서 사용하는 게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이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도 동등 이상인 뼈이식재를 쓴다.

건강 팁 하나. 임플란트를 할 때 크라운을 탈부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치주염 등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잇몸에 박힌 나사 부분에 크라운을 결합시켜 주는 작은 나사를 풀어 임플란트 부위를 청소하는 등 치주염 예방을 위한 정기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간혹 작은 나사가 풀리거나 부러질 수도 있지만 임플란트와 잇몸뼈의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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