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파견된 ‘늘공(늘 공무원)’들이 연말 연초를 기해 대거 물갈이된다.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나면서 피로도가 누적된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국정철학이 몸에 밴 핵심 인사를 부처 요직에 보내 내각 장악력을 높이려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청와대·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호승 일자리수석실 일자리기획비서관이 친정인 기재부 1차관으로 영전될 것이 확실시 된다. 시점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직후다. 후임은 방기선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이 거론된다. 또 차영환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은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정책실에 파견 나온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 출신 행정관들도 줄줄이 부처로 돌아가거나 해외로 파견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최근 내년 2월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할 희망자 신청을 받아 행정관급에서도 큰 폭의 물갈이를 예고했다.
청와대에서 1년 넘게 근무하며 누구보다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를 부처에 ‘분양’하면 청와대와의 업무협조가 원활해져 국정 장악력이 높아질 수 있다. 새로운 인사가 청와대에 들어오면 ‘심기일전’, 분위기 쇄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내각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일 내각 다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공개 지시한 데 이어 27일에는 출국에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까지 걸어 자영업자 종합지원대책 마련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비공개로 장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최근 잇따라 공개적으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 결국 사안을 직접 챙겨 내각에 긴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현장을 잘 모르고 있다”며 일부 부처 장관을 공개 질타하기도 했다.
청와대 경제라인을 중심으로 한 늘공 개편과 더불어 청와대 직제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원래 사회수석실 산하의 주택도시비서관실을 경제수석실 밑으로 옮기고 명칭도 국토교통비서관실로 바꾸는 것만 예정됐는데, 더 큰 폭의 개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7월 홍보 강화를 위해 국정홍보비서관을 신설했지만 적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어 4개월째 공석이다. 유민영 홍보기획비서관이 겸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늘공 물갈이, 직제개편이 연초 개각, 청와대 고위직 인적 개편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행정안전부 안팎에서는 내년 2월 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전 김부겸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임으로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정부 출범과 동시에 취임한 정치인 출신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임 실장이 통일부 장관 등 장관직을 거친 후 총선에 출마할지, 잔류한 후 선거에 나갈지에 이목이 쏠린다. 임 실장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 밖에 한병도 정무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과 송인배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등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개각과 청와대 고위직 인사는 일단 홍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규·윤홍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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