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 시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부 랜초쿠카몽가 지역에 위치한 농심 라면 공장에 들어서자 300m가 넘는 5개의 생산 라인이 눈앞에 펼쳐졌다. 라인별 생산 현황을 체크하는 중앙관제실에서부터 시작해 면을 뽑고 튀기는 공정, 식히고 포장해 최종 판매 상품 형태로 만드는 마지막 단계까지 전 공정을 유리창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걸어가며 왼쪽으로는 생산라인이, 오른쪽으로는 한국의 식문화를 알 수 있는 ‘갈비’ ‘비빔밥’ 등 음식 사진들이 영어 설명과 함께 벽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데니스 리 농심 아메리카 매니저는 “2005년 공장 설립 단계부터 견학을 목적으로 설계했다”며 “단순히 라면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식문화도 함께 알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971년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메인 스트림(백인·히스패닉·흑인 등 非아시안)’에 신라면과 한국 식문화를 전파한 덕에 더운 하와이부터 추운 알래스카까지 미 전역에서 다양한 고객층이 농심 제품을 찾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메인 스트림의 농심 라면 구매 비중이 아시안을 제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메인 스트림과 아시안의 구매 비중이 지난해까지 5:5였다면 올해는 6:4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선영 마케팅 팀장은 “이같은 구매층 확대는 월마트 전 매장·코스트코 매장 80% 입점 등 유통점 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월마트는 브랜드 파워를 중시하고 코스트코는 위생·제조 공정 등 전반적인 제품 질을 꼼꼼히 보는 등 까다로운 유통업체들의 조건을 만족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알함브라 지역에 위치한 코스트코에는 신라면이 포함된 수프 코너 내 전체 제품이 8개에 불과한 데 농심 제품은 3개로 단연 눈에 띄었다. 조 빌하이머 영업 매니저는 “월마트 고객보다 코스트코의 객단가가 높아 프리미엄 제품인 ‘생생우동’이 오히려 신라면보다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미국 내 신라면 인기에는 철저한 현지화도 한몫했다. 맛은 한국과 같게 유지하되 전자레인지 조리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에 맞춰 현지에서 판매되는 라면 컵 용기를 모두 전자레인지 조리용으로 바꿨다. 국내에는 신라면 블랙만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하다.
시장 점유율 70%를 넘게 차지하는 일본 브랜드가 저가 전략을 고수한 것과 달리 고급화 전략을 취한 것도 먹혔다. 농심은 미국인들이 라면을 보고 일본의 ‘라멘’이 아닌 한국의 고유 문화임을 알리고 신라면의 고급화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부촌·번화가에 ‘라면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도 검토 중이다.
매출은 매년 12~15%씩 성장해 오는 2020년 3억 달러 돌파도 머지 않았다. 10년 전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했지만 어느새 현재 15%(3위)까지 올랐다. 이 같은 신장세에 힘입어 해당 공장에는 내년 말 생산라인이 하나 더 가동될 계획이다. 아울러 메인 스트림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동부에도 생산 기지를 세우기 위해 내년 부지 물색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신라면은 국내 라면업계 가운데 미국에서 ‘최초’ ‘유일’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최초로 미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현지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한국 식품 최초로 미국 전역 4,000여 개 월마트 전점에 신라면을 입점시켰다. 상징성이 높은 미 국방부, 국회의사당 내 수퍼마켓에 2016년 라면으로서는 최초로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7개 정부 기관에 신라면·신라면 블랙·너구리 등이 판매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초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아 신라면 블랙을 봉지라면 최초로 입점시켰다. 이는 오로지 아마존 자체적인 판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입점된 것이다.
신동엽 농심 아메리카 법인장은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현지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농심 특설매대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수년 내에 일본 브랜드를 따라 잡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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