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제목부터 단조롭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뻔하지만, 정작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친구? 연인? 쿠바에서의 첫 대면, 사장과 신입사원으로의 본격적인 만남으로 일단 떡밥은 드라마틱하게 던졌다.
28일 베일을 벗은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졌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쿠바를 배경으로, 우연히 마주친 남녀의 하루를 따라가며 이들이 ‘운명’임을 예감케 했다.
첫 장면에 등장한 차수현(송혜교)의 뒷모습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원하지 않은 결혼과 이혼, 호텔을 인수해 업계 1위로 올려놨음에도 가슴 한구석은 늘 비어있는 공허한 사람. 타인을 기계적으로 대하는 것에 익숙해 작은 호의도 보상과 연결짓는 무채색한 인물. 이를 감추기 위해 그녀의 옷은 아주 파랗거나 빨갛다.
이와 정 반대에 선 김진혁(박보검)의 옆모습은 판타지다. 일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아 배낭여행을 떠난 그는 친절하고 미소지으며 다른 이들과도 쉽게 어울린다. 힘들어하는 이에게 어깨를 내주고, 신발과 밥을 사주고, 춤을 함께 추는 그의 내면은 ‘아주 오래된,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정원’처럼 느껴진다. 지키느라 고된 시간을 겪어야만 했던….
사랑에 빠지기에 완벽한 곳 말레콘비치. 이곳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그쪽이라 불렀다. 깊이 알 필요 없는, 쉽게 스쳐가도 좋은 호칭 ‘그쪽’. 이들은 서로의 관심을 친절이라 말하고, 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복한 여행이라 받아친다. 그리고 어떻게든 다시 만난다. 물론 어떻게 만났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김진혁은 차수현이 운영하는 동화호텔의 신입사원으로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쿠바에서의 마지막 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그녀를 사장과 직원의 모습으로 대면해야 한다.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있는듯한 그의 밝음은 곧 굳어있던 그녀의 표정을 지우고 웃음으로 채워넣겠지. 예고편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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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설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돈 많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사장님과 해맑고 가난한 사원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그 우연이 인연이 되는 과정. 사장님의 주변에는 친구 같은 비서가 있고, 사원의 주변엔 따뜻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이 둘의 사랑을 방해할 악인(?) 집단도 빠지면 섭섭하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비슷한 작품을 손꼽으라면 줄줄이 나온다.
비슷한 설정이라도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차수현이 떨어트린 구두를 김진혁이 보관하고 있는 것과 함께 시작 직전 등장하는 영상의 구두 한 짝은 ‘남자친구’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임을 각인시킨다. 이는 남녀가 뒤바뀐 신데렐라 스토리로 향후 이야기가 흘러갈 것을 예고한다.
이들의 사랑은 쿠바에서 등장한 오래된 정원처럼 완성될 것이다. 아름다운 세월, 그대로 지키느라 고된 시간을 거쳐 사랑으로 승화되는. “여기서 사랑을 시작했고, 여기서 사랑을 완성했다”는 노인의 말은 이 작품이 끝까지 밀고 나가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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