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그는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 달간 계속되었던 ‘노란 조끼’ 집회에서 분출된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축소 개편된 ‘부유세’를 원상복구 하지 않을 것을 밝히며, 전반적인 개혁 노선의 “유턴은 없을 것”을 천명했다.
마크롱은 “먼저 내년 1월부터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월 100유로 인상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일을 통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프랑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세후 최저임금은 현재 세후 월 1,185유로(153만원 상당)다.
뒤이어 그는 “사회경제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면서 “월 2,000 유로(260만원 상당) 미만을 버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회보장기여금(CSG)의 인상도 철회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은퇴자가 내야 하는 CSG를 1.7%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마크롱은 대기업들이 사회보장에 더 기여해야 한다면서 다음 주에 재계 인사들을 불러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 후 자신이 축소 개편한 일명 부유세(ISF)를 원상으로 복구하라는 요구는 거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ISF와 관련한 후퇴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의 이런 발표는 한 달간 전국에서 이어진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그는 “많은 분노가 있었고 많은 국민께서 이런 감정을 공유했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분노는 매우 중대했으나,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회 초기국면에서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고, 저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노란 조끼 집회를 통해 급격히 분출된 요구들과 관련해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 문제들은 어제의 문제가 아니라 40여년 전부터 있던 문제가 표면화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도 “국가를 위한 역사적 순간에 내 근심은 오로지 여러분뿐이고, 나의 유일한 투쟁은 여러분과 프랑스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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