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엔진결함으로 인한 차량의 화재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2015년부터 이미 이런 위험을 감지한 BMW는 독일 본사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BMW에 대해 형사고발, 과징금 112억원 부과, 추가리콜 등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와 BMW 화재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화재 관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BMW 차량 화재는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EGR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장치를 말한다.
조사단은 EGR 쿨러에 생긴 균열로 인해 냉각수가 누수되고, 누수된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흡기다기관에 흡착되어 있다가 섭씨 500℃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면서 과열·발화돼 화재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기존에 BMW가 발표한 화재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사단은 실제 차량 시험 과정에서 EGR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보일링 현상이 지속될 경우 EGR 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균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에 대해서는 BMW의 소명과 추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조사단은 냉각수 보일링이 EGR 설계결함 때문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EGR 설계 당시부터 열용량이 부족하거나, EGR을 열용량보다 과다 사용하도록 소프트웨어 등 장치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EGR 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히지 않는 현상과 이를 경고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조사단은 “BMW는 냉각수 누수와 함께 누적 주행거리 고속 정속주행, 바이패스 밸브열림 등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주장했지만, 바이패스 밸브열림은 화재와 직접 관련이 없고 오히려 밸브 열림 고착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BMW가 차량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리콜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도 다수 확보했다고 밝히고 올해 7월에야 EGR 결함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는 BMW의 발표를 반박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BMW는 이미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 EGR 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6년 11월에는 ‘흡기다기관 클레임 TF’를 구성하고, 문제가 있는 엔진의 설계를 변경했다.
조사단은 이것이 BMW가 2015년 EGR 쿨러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1년 뒤에는 EGR 문제로 흡기다기관에 천공(구멍)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방증하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사를 통해 이미 작년 7월부터 BMW 내부의 기술분석자료나 정비이력 등 보고서에 ‘EGR 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도 파악됐다.
조사를 통해 ‘늑장 리콜’ 판단도 내려졌다. BMW는 올해 7월 520d 등 차량 10만6,000여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면서 같은 문제가 있는 EGR을 사용하는 일부 차량은 리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한 이후인 올해 9월 118d 등 6만5,000여대에 대한 추가리콜에 나선 것을 조사단은 ‘늑장 리콜’로 판단했다. 또 조사단은 올해 상반기에 제출해야 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자료를 BMW가 153일 늦은 올해 9월에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결함 은폐 정황도 포착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조사결과를 바탕으로 BMW에 대해 형사고발, 과징금, 추가리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미 EGR 리콜이 이뤄진 65개 차종 17만2,080대에 대해서는 즉시 흡기다기관 리콜을 요구할 방침이다. 또 조사단이 처음 확인한 EGR 보일링 현상과 EGR 밸브 경고시스템 문제에 대해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고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를 통해 추가리콜 여부를 결정한다. BMW의 결함 은폐·축소·늑장리콜에 대해서는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제작자가 결함을 은폐·축소,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지체 없이 결함을 시정하지 않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또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112억7,664만원 규모의 과징금을 BMW에 부과할 방침이다.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며 과징금 규정이 신설되면서 부과 대상이 한정됨에 따라, 과징금은 2016년 6월 30일 이후 출시된 BMW 리콜 대상 차량 2만2,670대 매출액의 1%를 기준으로 매겨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추가리콜 요구, 검찰 고발 및 과징금 부과 등을 신속히 이행할 방침”이라며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리콜제도 혁신방안이 담긴 관련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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