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환경부는 필리핀에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6,300t를 국내로 다시 들여오기 위해 필리핀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1,200t을 먼저 가져온 뒤 5,100t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조속히 가져올 계획이지만, 필리핀 정부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난해 7월(5,100t), 10월(1,200t) 등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수출됐다. 한국에서 쓰레기를 폐기하려면 t당 15만원이 들지만, 필리핀에서 처리하면 운송비를 고려해도 비용이 절반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필리핀 합작기업은 앞서 해당 쓰레기가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신고하고 수출했지만, 사용한 기저귀와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의료폐기물 등이 다량 포함된 것이 적발되면서, 곧바로 필리핀 당국에 압류됐다. 이후 필리핀 당국은 한국 정부에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라고 요구했으며, 현지 환경단체 회원들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거센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향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처리 방법으로 골치를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화 과장은 “우선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있는지 파악하겠지만 대부분 소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수 비용과 처리 비용을 모두 수출업체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한국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환경부가 강력한 규제로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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