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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왜 엄마·아빠 사이에 아이 하나뿐인가





회사가 서울 율곡로에 있고 취재차 다니는 곳이 서촌과 북촌·평창동 등지라 자의 반 타의 반 청와대 앞을 자주 지난다. 그쪽 길이 신호등이 적고 덜 막혀 효율성이 있는데다 항상 어여쁜 사계절 풍광과 이따금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공존하는 역동성에 설레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지난 2017년부터 청와대 앞길을 검문 없이 통과할 수 있게 된 것도 한몫했다. 삼청로를 거쳐 청와대를 지나면 영빈관과 청와대 사랑채 사이의 분수 광장에 이른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 대한 것이다.

멀리서는 봉황의 우아한 자태가 먼저 보이는 분수다. 무궁화를 감싼 봉황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상징이다. 봉황 아래로 둥근 분수대는 온 누리를 상징하는 12개의 기둥과 세계 속의 한국을 의미하는 무궁화로 장식돼 있다. 분수 주변의 네 방향으로는 큼직한 가족상들이 자리 잡고 있다. 네 가족은 한결같이 엄마 아빠 사이에 아이 하나다.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정책이 유행하던 1980년대의 작품이려나. 우람한 어깨의 아버지가 양팔로 가족을 끌어안고 조금 낮게 앉은 어머니는 남편 쪽으로 살짝 기대고 하나뿐인 아이는 아빠의 무릎에 앉았다.

‘동상’의 저자인 조은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에게 물었더니 “서울시 올림픽 상징조형물 건립 추진위원이기도 했던 이일령(1925~2001년) 작가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이던 1985년에 제작한 작품”이라며 “네 개의 가족상은 각각 자유·평화·단합·번영이라는 추상적 의미를 상징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의미도 좋고 기량도 뛰어난 작품이나 왜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가족 구성이어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아이를 더 낳으라고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요즘 같은 시대가 올지는 상상도 못 한 모양이다. 불만은 아이 수뿐만이 아니다. 왜 모든 가족이 엄마 하나, 아빠 하나인가. 이혼율이 높은 요즘은 엄마 혼자 혹은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족뿐 아니라 미혼부모가족도 정책적으로 보호받고 있는데. 왜 꼭 아빠만이 가족을 지키는 듯 묘사됐나, 성평등 의식도 의심스럽다. 그뿐인가. 하나같이 한국인 부부이며 다문화가족은 없다. 동성결혼이 합법적이지 않으니 두 엄마 가족이나 두 아빠 가족에 관해서는 논하지 않겠지만.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사랑채는 개방 후 관광명소로 부각돼 지난해만 7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찾는 이도 많고 국가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조형작품이 일방적이고 경직됐다는 느낌이 들어 무척 안타깝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메신저 이모티콘도 가족의 다양성을 고려해 양 부모와 한 부모, 자녀 수 등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데 말이다. 미술은 제작된 시대를 반영한다. 그때는 그랬지, 과거를 곱씹게 하는 조각상 앞에서 모두가 존중받고 소수자가 차별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꿈꿔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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