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황교안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을 두고 ‘레밍 신드롬’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낳고 있다.
홍 전 대표는 17일 SNS에 황 전 총리의 입당과 관련해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게시했다. 레밍이란 설치류의 일종으로 우두머리를 추종하는 특성이 있다. 이 동물은 흔히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동을 생각 없이 집단으로 하다 자멸하는 이들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김학철 도의원(무소속·전 자유한국당 소속)이 국민을 레밍에 비유하는 만행을 저질러 공분을 산 바 있다.
홍 전 대표의 이러한 표현은 한국당 의원들이 레밍처럼 황 전 총리 뒤를 따르다간 자멸하게 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레밍 심드롬’이란 표현은 글이 게시된지 약 30분 뒤 ‘입당’이란 표현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나머지 표현들은 유지됐다. 그는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좌파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한국당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표현 역시 황 전 총리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아래에서 일하던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면 친박당과 탄핵당이란 프레임에 갇히게 될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황 전 총리가 만성담마진이란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이를 두고 병역 회피 논란이 발생한 것 역시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가 황 전 총리를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 SNS를 통해 60년대 영화 ‘석양의 무법자’에 대한 감상을 말하며, 황 전 총리를 ‘나쁜 놈(the bad)’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는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방관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당권을 노린다며, 마치 장물을 차지하려는 영화 속의 악당과 같다고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전 대표가 이같이 황 전 총리를 매섭게 비난하는 것은 황 전 총리가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홍 전 대표 역시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인 황 전 총리를 견제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자신은 홍 전 대표와 검사 초임 시절을 함께 보냈다며, 홍 전 대표의 마음에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 전 대표의 ‘레밍’ 발언에 대해선 자신은 아직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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