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살아난 테리사 메이 총리가 21일 브렉시트 ‘플랜B’를 발표한다. 마지막 코너에 몰린 메이 총리로서는 플랜B가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9일 투표에서 플랜B가 또다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유럽연합(EU)과의 재협상에 나서겠지만 EU가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고 있는데다 노딜(no deal) 대비안을 준비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제2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를 취소하는 방안도 있지만 의회는 물론 국민적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투표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딜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들을 종합하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플랜B 발표 이후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영국 의회가 합의점을 도출하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취소하는 방법이 있다. 이마저도 안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합의 없이 EU를 떠나야 한다. EU는 물론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3월29일로 예정된 노딜 직전까지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출구전략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수정된 ‘플랜B’ 의회 통과=영국의 혼란을 잠재울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메이 총리가 수정해 제시할 브렉시트 플랜B가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다. 노동당과 브렉시트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가 일시적으로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와 관련해 양쪽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는 새로운 합의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딜을 지지하는 강경파와 노딜 배제를 주장하는 노동당 양측이 대척점에 서 있어 의회 지지를 받고 통과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디언은 의회의 다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노동당 등이 주장해온 관세동맹 잔류 카드를 함께 꺼내 드는 것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당초 의도와 새로운 무역협상 권한을 축소시킬 수 있어 집권 보수당을 포함한 EU 탈퇴파의 강한 반발로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분열이 불가피해져 메이 총리로서는 진퇴양난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 재협상 거부 시 제2 국민투표=의회 설득이라는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메이 총리는 우회로를 선택할 수 있다. EU와의 재협상을 통해 최대한 브렉시트 시간을 연기하면서 자국 내 지지를 이끌어낼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EU가 재협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라는 점이다. 지난 15일 합의안 의회 투표 전에도 메이 총리가 협상을 시도했지만 EU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영국 의회에서 합의문이 부결되는 경험을 맛봤다. 이럴 경우 제2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취소를 유도하는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다른 EU 회원국 27개국의 동의 없이 취소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에 정치적 명분에서 야당이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절차적 문제로 브렉시트 D데이 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U 집행위원회도 영국이 브렉시트를 연기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와 함께 이를 요청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절차상 큰 문제는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 ‘노딜’=메이 총리의 노력에도 자국 내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플랜B와 국민투표마저 무산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밖에 남지 않는다. 노딜 브렉시트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3월29일 오후11시를 기점으로 무조건 EU를 탈퇴하게 된다. 노딜을 선호하는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는 80~100명 상당으로 추산되지만 영국과 EU 모두 노딜 사태만은 막자는 컨센서스가 크기 때문에 노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디언이 15일 의회 승인 투표를 앞두고 조사한 설문에서 노딜 브렉시트 확률을 20%로 낮게 나왔다. 게다가 노딜로 인해 EU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영국과 EU는 어떻게든 절충안을 찾으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EU 내에서는 노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것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렉시트 시기를 내년까지 연기하고 절충점을 찾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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