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냐, ‘모리야스 재팬’이냐.
24일(한국시간) 두바이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베트남·일본전은 양 팀 사령탑의 지략 대결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한판이다.
박항서 감독의 ‘실리축구’는 이번 대회 1승1무2패로도 8강에 오르는 결과를 냈다. ‘선수비 후역습’을 기본으로 체력을 아껴야 할 때는 잔뜩 웅크렸다가 기회가 보인다 싶으면 아낀 체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몰아붙인다. 이 같은 박항서식 축구는 이제 어느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잘만 버티면 이길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베트남과 국내 팬들에게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베트남은 막차로 올라탄 16강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요르단을 탈락시켰다. 120분 혈투에 체력 저하가 변수지만 일정상 일본보다 하루를 더 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0으로 일본을 이겨본 경험이 있다. 23세 이하 맞대결 사상 첫 일본전 승리였다. 2020도쿄올림픽을 겨냥한 일본은 당시 21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리며 미래를 대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로 선수가 15명이나 됐다. 베트남은 이번에는 A매치 일본전 첫 승리에 도전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사령탑인 박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는 그대로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아시안컵을 지휘하고 있다. 박 감독은 A대표팀 간 경기가 아니었던 아시안게임 때와 비교를 경계하며 “(일본에 비해) 전력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다. (일본은) 거의 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며 “쉽지 않은 상대다. 도전 한 번 해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일본은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에서 전반 20분 세트피스 득점을 올린 뒤 촘촘한 그물망 수비로 끝내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두 달 앞두고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6강 진출을 이뤄낸 팀이 일본이다. 일본은 이후 21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던 모리야스에게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 겸임의 중책을 맡겼고 모리야스호는 이번 대회 4연승으로 다섯 번째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동남아 월드컵’이라는 스즈키컵 우승의 기세로 아시안컵에 도전한 베트남도 조별리그 통과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한 만큼 후회 없는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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