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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리포트-⑥산업]이탈하는 車船 공급 체인망…"부품 못받을까 협력사 자금 관리"

<상>무너지는 주력산업-산업생태계 빨간불

울산의 현대중공업 전경. 최근 고비용 구조, 경쟁 심화 등으로 조선 등 국내 주력업종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제DB




한 대형 조선업체의 김모 부장은 요즘 500개가 넘는 협력업체 관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간의 업황 부진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금 압박까지 겹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이 수두룩한 탓이다. 김 부장은 “협력업체의 자금난에 따라 부품 인도전이라도 자금을 지급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협력사에는 선지급하고 그래도 위기 극복이 어려운 곳이면 부품이 제작되는 대로 우리가 인도하는 조건으로 수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선업체의 임원은 “조선 기자재 업체가 망하거나 어려워지면서 부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이게 결국 배 자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국내 주력업종 대부분이 이런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한 경제단체의 임원은 “원청업체의 부진, 통상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 고비용 구조를 유인하고 있는 각종 정책으로 자동차·조선·철강·가전 등이 모두 공급 체인망에 이상 신호가 들어왔다”며 “제조업 붕괴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독자 생존 부실해지면

글로벌 경쟁력 뚝 → 업종 퇴보

“경영난 방치할 수 없어” 몸살



◇공급 체인망 ‘흔들’…빨간불 들어온 주력업종 생태계=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10.3%에서 지난해 3·4분기 1.2%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엔진 리콜 등 일회성 비용을 털었다고 하지만 어닝쇼크였다. 완성차 업체 부진의 충격은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전이되고 있다. 국내 상장된 자동차 부품사 82곳 중 30%인 25곳이 적자(지난해 반기 기준)를 기록했다. 1차 협력사가 이 정도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적자기업은 크게 불어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851곳을 포함해 2~3차 협력사까지 합치면 8,800곳”이라며 “협력사의 독자 생존 능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고비용·경쟁심화→완성차 업체 고전→부품사 경영난·도산→완성차 경쟁력 하락→업종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9.8%(10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 수출이 전체의 10%를 밑돈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 연구개발(R&D) 투자 소홀, 고비용 저생산성의 뿌리인 대립적 노사 관계,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미래 차 로드맵 실종 등이 맞물려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극심해지는 부품업체 자금난을 방치할 수 없어 납품 가격을 올릴 판”이라며 “해외로 공장을 다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낮은 생산성 등에 줄줄이 해외로



조선은 親勞정책에 발목 잡혀

“제조업 붕괴, 우려 아닌 현실”

◇낮은 생산성에 관세전쟁까지…해외로 짐 싸는 기업들=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43.7%(10월 기준)다. 해외 생산 비중이 12%포인트 더 높다. 2012년에 해외 생산 비중이 처음으로 커진 후 국내 생산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 탓이다.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대차가 26.8시간(2015년 기준)으로 도요타·포드보다 2~5시간이 더 걸린다. 원가 경쟁력 하락에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부과 카드까지 꺼내면 탈한국 움직임은 거세질 수 있다.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한 철강사 넥스틸, 이미 세탁기 등 가전 공장 가동에 들어간 삼성·LG전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는 불균형이 심하다. 전체 시장의 75%가량을 차지하는 비메모리에서 한국 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대만(7%), 중국(4%)에도 밀린다. 업계의 한 임원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갈수록 중요해지는 반도체 설계 능력에서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메모리 1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력산업에 대한 음울한 전망도 많아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의 8대 주력산업 중 3년 뒤 경쟁력 우위를 보유할 업종은 조선이 유일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중국이 산업 성장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노사 균형감을 잃은 정책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책 부작용에 현장 산업 인력·엔지니어도 부족=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전체 직원 6만여명 중 10%가 최저임금에 미달해 격월로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인데 노조 반발로 난항이다.

인력난도 심각하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최근 수주가 늘면서 용접공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며 “올해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서 젊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로 일해도 그 돈을 받는데 힘들게 왜 기술을 배우냐’는 식이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생태계가 허약해지는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특히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디스플레이만 해도 업종에 지원된 정부 R&D 자금은 연간 수십억원 수준이다. 각종 보조금으로 기술개발 투자, 연구원 스카우트 등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BOE 등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축소가 전공교수 감소, 더 나가 엔지니어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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