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 4연속 4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박항서(60)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이 만들어낸 기적에 베트남 현지의 열기는 뜨겁다.
박항서와 아이들은 이미 베트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버렸다.
페널티킥으로 아쉽게 실점하며 무너졌지만 박수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또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에서 2번째 토너먼트 라운드까지 진출하며 이미 역사를 썼기에 이긴 것만큼이나 다름 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베트남 매체 징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거리 응원을 펼친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징은 “하노이의 팬들은 ‘베트남 축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며 “비록 베트남의 항해는 멈췄지만 하노이의 팬들은 여전히 자국 대표팀에 큰 애정을 품고 있고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항서 감독은 아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열렬한 반응을 보여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았다. 징은 “일본에 패한 슬픔을 안고도 선수들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며 베트남 선수들과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영상을 소개했다. 팬들 또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어 박항서 감독이 부임 이후 황금세대들과 함께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써나간 내용을 소개하며 “박항서 감독이 그들과 함께 마법을 계속 펼친다면 그들은 향후 10년 안에 아시아 축구에서 힘을 갖춘 팀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은 아세안(동남아연합) 전체에 자부심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UAE 매체 칼리즈타임스에 따르면 박항서 감독은 경기 후 “8강 진출은 드라마 같은 일이다. 결코 기대하지 않았다. 이건 기적”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우린 훌륭한 정신력을 보여줬고 정말로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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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우린 일본, 이란, 이라크만큼 강하지 않지만 어떤 팀과도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강한 팀들과 맞붙은 경험은 우리의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박항서 감독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도 뜨거웠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49분부터 11시56분까지 방송한 베트남-일본전 시청률은 14.598%(유료가구)를 기록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인터넷 중계를 통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베트남-일본전을 본 국내 동시접속자 수는 52만 명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손흥민의 선발 출전 경기와 한국 대표팀의 A매치 경기 때나 볼 수 있는 숫자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동시접속자 수가 많아야 5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축구 팬들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재경기자 cjk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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