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0일 “구민회관보다 못 한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늘 착찹했다”며 소회를 토로했다.
최근 청와대를 떠난 탁 전 행정관은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보며 청와대 영빈관을 떠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행사장과 의전 행사장소를 둘러봤지만, 고백하건대 우리나라의 청와대 영빈관이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탁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영빈관”이라며 “말이 영빈관이지 실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이다. 어떤 상징도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는 공간에서 국빈만찬과 환영공연 등 국가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늘 착잡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국격을 보여주는 데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연출가로서 말씀드리자면, 행사 성패의 절반은 공간이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탁 전 행정관은 “절망스럽게도 꽤 오랫동안 영빈관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에서는 영빈관 개보수 예산을 절대 승인하지 않을 것이고, 여당과 정부도 그것을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반대할 때는 반대할 수도 있지만, 안 그래도 되는 것도 있다”며 “국격은 국가의 격이 아니고 국민의 격이다. 청와대 직원은 야근하며 삼각김밥만 먹어도 좋으니, 멋지고 의미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탁 전 행정관은 앞서 지난달 7일 사표를 제출해 29일 공식 수리됐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한 북측인사들에게 선물했던 그림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진 등을 올렸다. 또 4일에는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공연 당시 가수 서현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게시한 바 있다. 이어 6일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자 “여기까지 오는 과정의 험난함을 어느 정도는 알기에 그 소식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며 “이 겨울이 지나면, 남북 모두에 ‘다시 하나의 봄’이 오기를 고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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