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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스트롱맨'의 건강 부심(負心)

국제정치 무대에서 리더의 건강 상태는 정치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자 국정안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국가 간 이해 관계가 대립하는 이슈가 늘고 다자회의가 늘면서 국가 원수의 체력은 외교의 핵심 무기가 되기도 한다. 행여 리더의 건강 악화 문제가 인구에 회자 되면 정정불안과 권력 누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 예정된 면담을 잇따라 취소해 권력암투설, 테러설 등 갖가지 설(說)에 둘러 쌓였다. 당시 시 주석은 운동을 하다 몸을 살짝 다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정된 일정을 연이어 취소하면서 건강악화에 ‘실권설’까지 나돌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구설과 이야기 확대 재생산을 막기 위해 지도자의 건강 상태 대부분은 은닉의 대상이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경우 애디슨병(부신피질 기능부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알츠하이머를 재임 중에는 비밀에 부치기도 했다.

리더의 건강 상태가 마냥 ‘숨김’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스트롱맨’은 자신의 의료 기록 결과나 대외 활동이 담긴 사진들을 의도적으로 노출 시켜 건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4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건강에 대한 부심(負心)이 많은 대표 인물이다. 그는 평소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건강미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휴양도시 소치를 찾아 해발 2,000m에서 스키를 즐기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만 6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프트를 타고 중급코스에 오른 뒤 1km의 슬로프를 능수능란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과시했다. 지난 14일에는 러시아 국가대표 유도팀의 훈련에 참가해 건강미를 과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모스크바 크렘린 궁 앞에 마련된 아이스링크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직접 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반신을 탈의한 채 낚시를 즐기는가 하면 다이빙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서 작살총으로 큰 물고기를 잡는 등 ‘강한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할 만한 갖가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를 찾아 러시아 국가대표 유도팀의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 스키장을 찾아 해발 2,000m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올해 72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술, 담배는 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평소 감자튀김과 같은 패스트푸드를 즐겨먹고 골프를 치는 것 외에 운동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건강상태를 두고 여러 얘기들이 많았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최근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키 187㎝(6피트 3인치)에 체중은 110.2㎏(243파운드)을 기록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지난 2016년 9월 건강검진 당시 그의 몸무게 107㎏(236파운드)보다 늘었다. 트럼프의 체질량지수(BMI)는 30.4이다. 의사들은 BMI가 30이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통령의 주치의인 션 콘리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비만으로 측정됐지만, 모든 결과를 고려할 때 검진 결과는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정 시 심장박동수는 분당 70회, 혈압은 118(수축기), 80(이완기)으로 정상 범위였다.



트럼프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지난해 자신의 건강 관리 문제에 대해 “난 자주 걷는 등 운동을 한다. 심지어 옆에 있는 건물에 갈 때도 걸어서 간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평소 감정적 언행으로 인해 취임 직후부터 민주당 등 반대세력으로부터 ‘정신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말을 들어오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인 언행을 문제 삼고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다”며 치매 의혹까지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말 영리한 사람”이라 자평하며 “민주당과 그들의 애완견, 주류 언론의 가짜 뉴스들이 정신적 안정과 지능 문제를 꼬집어 흠집을 내려 악을 쓴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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