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2030 젊은 층에 집중해왔던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은 콘텐츠의 타깃 연령대를 끌어올려 고령자들을 겨냥하는 분위기다. 출판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스웨덴의 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을 비롯해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로스쿨 전 학장 솔 레브모어의 대담을 엮은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등이 지난해 출간돼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이런 추세가 반영된 현상이이었다.
새해 들어서도 ‘꽃할배’ ‘꽃할매’들을 위한 책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나이 들어도 젊은이 못지 않게 활력 있게 사는 방법을 담은 삶의 지침서들이다. 요즘 나오는 꽃할배 꽃할매 책들은 내용도 기존의 책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 노년을 다룬 책들은 죽음을 앞두고 과거를 회고하는 내용이 많았다면, 이제는 어떻게 젊음을 유지하면서 ‘스타일리시’하게 살지, 나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받아들일지 등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생생한 삶’을 이야기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살게 된 탓에 노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패션에 주목한 ‘근사하게 나이 들기’라는 책이 눈길을 끈다. 40년 동안 옷을 만들고 판매해온 하야시 유키오·하야시 다카고 부부는 근사하게 나이 드는 방법 중 하나로 패션을 꼽는다. 화려한 옷보다 평소 입는 ‘일상복’이 사람의 특성과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노인이라고 해서 결코 평상시의 패션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나이 들었다고 멋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면 점점 우중충해진다. 그건 모두가 싫어한다. 매일 입는 옷들이 생활에 변화를 주고 기운을 북돋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에는 ‘감추지 않고, 넘치지도 않고, 기본에 충실한’ 평상복을 코디해 ‘꽃할배 꽃할매 패피’로 거듭나는 비결이 가득하다.
세계적인 심리치료사 토마스 무어는 ‘나이 공부’를 통해 나이를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을 들려준다. 무어는 나이를 의식하는 순간이 오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외로워지고,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의욕이 떨어지며 움츠러드는데 이는 진정으로 나이 드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그 어느 시기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요즘 극소수에 불과했던 100세 이후의 삶은 어쩌면 앞으로는 ‘평범한 나이’가 될 수도 있기에 무어의 의견을 깊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어가 책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말을 실천하면 어떨까. “나이 듦이란 세월을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기꺼이 마음을 열고 그 초대를 받아들여서 몇 번이고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은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해두었다’는 노년에게도 미래가 있음을 강조하며, 미래를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확장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나이 듦을 그저 감당하기보다 열정을 가지고 인생을 사는 노인들의 실제 이야기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할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91세에 후지산을 오른 훌다크록스, 102세의 사업가 필리스 셀프, 85세에 암벽등반을 시작한 도리스 롱, 91세에 학사 학위를 딴 앨런 스튜어트, 79세에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일제 페다우 등의 사례는 나이 듦이 결코 계륵이 아닌 ‘알찬 인생을 위해 준비된 시간’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그래서 좀 쉬라고 호르몬에서 힘을 살짝 빼준 거야’는 “사춘기는 끔찍하다. 하지만 갱년기만큼 끔찍하지는 않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사춘기보다 심한 갱년기의 질풍노도를 다룬 책이다. 특히 갱년기 여성들은 부엌에 틀어박혀 세상 모든 과일잼을 만들어야 하는지, 갱년기의 남성들은 왜, 어떻게 탈모와의 사투를 벌이는지 등을 호르몬의 변화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독일 유력지 베를리너 차이퉁에 고정 칼럼을 쓰고, 유럽 도서상, 독일 프랑스 언론상 등을 수상한 저자들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문체로 인해 책은 아마존 독자 서평에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로 웃겼다’는 등 웃음과 관련된 찬사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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