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국정연설에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한 미국에 보복을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는 INF가 금지한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미국이 미사일을 유럽 대륙에 들이면 우리도 무기를 생산하고 배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미사일이 배치된 유럽뿐 아니라 이를 지시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일부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날아오는 시간은 10~12분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위협”이라며 “러시아는 위협이 되는 지역뿐 아니라 미사일 사용 결정을 내리는 지휘부 본거지를 겨냥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INF에서 탈퇴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혐의를 억지로 만들어내서는 안 됐다”면서 “미국은 스스로 모든 것을 위반하고는 책임질 사람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987년 12월 단거리(사거리 500∼1,000㎞), 중거리(1,000∼5,500㎞)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INF를 체결해 냉전 종식을 이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INF 탈퇴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달 초 정해진 시한까지 러시아가 INF 존속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개월 후 탈퇴를 공표했다. 러시아도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조약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재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이 마하 9의 속도로 1,000km 이상 비행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원자력 엔진 장착 수중 드론 ‘포세이돈’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포세이돈으로 무장할 첫 번째 핵잠수함이 올해 봄에 진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또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아반가르드’(아방가르드)는 양산에 돌입했고 올해 전략미사일부대가 처음으로 아반가르드로 무장하게 될 것이며, 신형 레이저 무기인 ‘페레스베트’도 올 12월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