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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칙 벗어난 부동산세제 바로잡아야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지난해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는 종부세 세율과 세 부담 상한 인상 등 보유세가 대폭 강화됐다. 올 들어서도 정부는 세금 부과기준이 되는 주택 및 토지 공시가격을 시가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등 부동산 세금을 강화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하면 최고세율 57.2%(2주택자) 또는 68.2%(3주택 이상자)를 적용해 세금을 내야 한다. 다주택자에 60~70%의 과중한 양도세를 부과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동결효과(凍結效果·lock in effect)’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되풀이되는 냉온탕식 부동산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왜곡되고 집값이 요동치는 역작용이 반복돼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전철을 밟고 있다.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는 내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세금 비중 평균(2015년)은 1.9%(보유세 1.1%, 취득세 0.4%, 양도세 0.4%)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5.8%(보유세 0.8%, 취득세 2.0%, 양도세 3.0%)로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한국의 보유세 부담률은 OECD 평균에 비해 0.3%포인트 낮지만 거래세인 취득세는 5배, 양도세는 7.5배나 높다. 터무니없이 높은 거래세가 국민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부동산 취득과 양도를 어렵게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거래세(취득세·양도세)를 내리지 않고 놀부계산식으로 보유세(재산세·종부세)만 올렸다.

과세표준을 올리려면 세율을 낮춰야 한다. 미국 대부분 주(州)가 ‘시장가치(market value)’를 보유세 과세표준으로 하면서 1% 내외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그런데 한국은 종부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최고세율도 2%에서 2.7%(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 또는 3주택 이상자 3.2%)로 미국의 3배 수준으로 올렸다. 공시가격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면 소득이 아닌 재산에 매년 부과되는 보유세인 종부세의 특성상 세금이 부동산 원본과 은퇴자의 연금을 갉아먹는다. 원칙과 세계 추세를 역행하는 조세정책은 국민의 과중한 세 부담과 비효율을 불러오기 때문에 지속되기 어렵다.



국세인 종부세는 같은 성격의 지방세인 재산세에 통합해 저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전통적 조세이론과 세계 추세에 부합한다. 이래야 자치단체장이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내리는 균형 잡힌 조세정책을 펼 수 있다. 역대 정부는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부동산세제 왜곡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

‘보유세와 거래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함께 올리는 원칙을 벗어난 부동산정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부동산업과 건설업, 수많은 연관 산업까지 침체시키고 일자리를 줄였다. 올 1월 실업자가 122만명(4.5%)으로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고 늘어난 취업자가 1만9,000명에 불과해 9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건설업 취업자는 1만9,000명이 줄어 2년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금은 부동산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시점인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소상공인과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을 버리고 주택 및 토지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면서 보유세 최고세율을 1%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세계적으로 높은 거래세(취득세·양도세) 인하,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 공시가격 조사결정 시스템의 합리화 등 부동산세제의 문제점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래야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원칙을 벗어난 부동산세제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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