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미만 장년층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생 위험은 고혈압을 앓은 기간(유병기간)이 1년 길어질 때마다 연평균 2~6%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경색 위험을 낮추려면 고혈압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근거다.
정보영·김태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양필성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토대로 심방세동 환자의 고혈압 유병기간별 뇌경색 발병 위험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21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연구팀이 지난 2005~2015년 심방세동 첫 진단을 받은 약 95만명 중 요건을 충족하는 25만명을 분석해보니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가 83.2%(혈압약 복용 등으로 혈압이 140㎜Hg 미만으로 잘 통제되는 경우 60.4%, 그렇지 않은 경우 22.8%)를 차지했다. 이들이 고혈압을 앓은 기간은 5년 이상 45%, 3년 미만 40%, 3년 이상~5년 미만 15% 순이었다.
심방세동 환자의 성별, 심부전·흡연·만성 콩팥질환 및 뇌졸중 경험 여부와 체질량지수(BMI), 가계소득·수축기혈압 수준 등 변수를 보정했더니 고혈압 유병기간이 길수록 혈압이 정상인 환자에 비해 뇌경색 발생 위험이 1.32배(3년 미만)~1.52배(5년 이상) 높았다.
심방세동 진단 당시 수축기혈압이 10㎜Hg 높아질수록 뇌경색 위험은 6%씩 증가했다. 반면 혈압약 복용 등을 통해 수축기 혈압이 정상(120㎜Hg 미만)으로 관리되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생 위험은 고혈압이 없는 환자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고혈압 유병기간이 5년 이상인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위험은 수축기혈압이 140~159㎜Hg면 혈압이 정상인 환자의 2.06배, 160㎜Hg 이상이면 1.95배였다. 고혈압 유병기간이 3년 미만이면 위험도는 1.5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고혈압 유병기간과 뇌경색 위험 간 상관관계는 연령대별로 달랐다. 54세 이하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위험은 고혈압 유병기간 4~7년까지는 연평균 2%, 그 이후에는 6%씩 높아졌다. 55~64세 심방세동 환자는 고혈압 유병기간이 1년 길어질 때마다 뇌경색 발병 위험이 4%씩 증가했다. 반면 65세 이상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병 위험은 고혈압 유병기간 7년까지 65~74세는 연평균 3%, 75세 이상은 8%씩 증가하다 그 이후엔 정체상태를 보이거나 감소했다.
김 교수는 “65세 미만 장년층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경색 발병 위험이 고혈압 유병기간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심방세동 환자가 증가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고혈압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뇌경색 예방을 위한 혈압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에 발표됐다.
심장은 하나의 리듬을 가지고 끊임없이 뛰는데 전기 전달체계에 변화·이상이 오면 정상 리듬이 깨진다. 이를 부정맥이라고 하는데 심방의 여러 부위가 무질서하게, 그리고 아주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이 가장 위험하다. 심장의 혈액배출 기능이 저하돼 호흡곤란·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며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심방세동을 포함한 부정맥은 혈관 속으로 가는 관(카테터)을 넣어 원인이 되는 심장 부위 조직을 전기충격이나 고주파로 절단하거나 파괴하는 시술(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갈비뼈 사이 피부를 0.5㎝쯤 절개한 뒤 흉강경·고주파로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분을 전기적으로 차단하는 외과적 수술을 하기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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