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물학대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해 공분을 사면서 펫숍 위주의 동물 매매제도를 개선하고 반려인을 대상으로 ‘동물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펫팸족(Pet+Family族)’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반려동물 가구가 빠르게 느는 추세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는 약 511만가구로 추정된다. 세 집 건너 한 집(23.7%)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반려인이 늘면서 유기되는 반려동물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국내에서 매년 유기되는 반려동물 수는 10만마리를 넘어섰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수도 2014년 265건에서 지난해 555건(11월 기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동물학대는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우성훈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간사는 “식분증을 이유로 반려견에 대한 환불을 요청하는 행위는 강아지를 ‘하자 있는 제품’으로 보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펫숍 위주의 반려동물 매매제도가 이 같은 인식을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다. 우 간사는 “펫숍에서 소형견을 선호하다 보니 사료를 적게 주는 등 영양 불균형이 흔히 발생한다”며 “명확한 규제 없이 물건처럼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구조가 동물학대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구매한 사람이 31.3%로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받았다는 응답(50.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대해 동물법학회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동물 매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식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접근법보다는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매매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는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을 지키는 경우에만 반려동물을 번식 및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업을 허가제에서 면허제로 변경하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유기동물 판매만 허용하는 법이 시행됐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입양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말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견 입양 희망자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이종명 서울시 주무관은 “동물권에 대한 교육과 함께 반려견 입양에 따른 관계 변화나 이웃 갈등 등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설명한다”면서 “반려동물 입양인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신중하게 입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오지현·신한나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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