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는 당일치기로 일정을 짜도 얼마든지 알찬 여행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는 도시다. 문화의 향기로 가득한 헤이리 예술마을부터 선조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사색에 잠기는 유적지까지 나들이객을 부르는 명소들로 빼곡하다.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반구정은 청백리의 표상이던 ‘황희 정승 유적지’ 안에 있는 정자다. 지난 1449년 황희가 87세의 나이로 관직에서 물러난 후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버렸으나 후손들이 1967년 개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기암절벽에 우뚝 솟은 정자 위에 신발을 벗고 오르면 임진강의 시원한 정경을 한눈에 담아갈 수 있고 먼지 하나 없이 맑은 날에는 저 멀리 개성의 송악산도 보인다. 유적지 안에는 후손들이 정승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 영당지와 정승의 일대기를 전시한 기념관도 자리한다.
한반도 정세는 늘 변화무쌍하지만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언제 가도 평화의 가치를 곱씹으며 의미 있는 한때를 보낼 수 있는 명소다. 짧은 시간 동안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싶다면 임진각에서 출발해 ‘제3 땅굴-도라산 전망대-도라산역-통일촌’을 차례로 거치는 버스 투어를 추천한다. 북한이 서울 침투를 위한 비밀통로로 팠던 제3 땅굴은 길이가 1,635m에 이른다. 땅굴 내부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전쟁의 상처를 품은 폭파의 흔적과 마주한다. 도라산 전망대는 동포가 사는 북녘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망원경에 눈을 대면 하늘 높이 치솟은 전기 송전탑과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보인다.
단기간에 파주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한 ‘헤이리 예술마을’도 한 번은 꼭 가볼 만하다. 1998년 이후 380여명의 음악가·작가·건축가들이 모여 만든 문화공간인 이곳에서는 1년 내내 독특한 감성의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모던한 감성의 카페와 공예품 가게도 즐비하다.
/글·사진(파주)=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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