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고 수도권에는 사상 처음으로 엿새째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는데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관계부처를 향한 ‘호통’이었다. 다음날인 7일 환경부는 부랴부랴 미세먼지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그러나 대책의 대부분은 재탕·삼탕이었고 새롭게 포함된 내용마저 현실성이 부족했다.
3일 이상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경우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국가·공공차량 사용을 전면 제한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새로운 조치였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정부세종청사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차량 이용이 금지될 경우 출근길에 선택할 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 평상시에도 세종시 내 버스나 택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차량 출퇴근 수요라도 조사를 해놓고 대책을 발표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중 미세먼지 협력은 구체적인 실현 계획과 효과성 검토 없이 재탕·삼탕을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의 호통에 마치 새로운 대책인 것처럼 포장해 발표한 중국과의 인공강우 기술 교류나 미세먼지 예보 및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등은 1월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당시부터 논의된 내용이다. 이후 진척된 것이라고는 지난달 26일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앞서 합의한 내용을 조속히 이행하자고 뜻을 모은 것 외에는 없다. 심지어 인공강우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를 본 사례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 내에서조차 “이럴 거면 뭐하러 급하게 추가 대책을 발표했느냐”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번 발표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가 세 차례의 굵직한 미세먼지 대책과 많은 보완책을 발표했음에도 지난해 8~9월 환경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45%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만족하지 못했다.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미세먼지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해결은 긴 호흡의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땜질식’ ‘늦장’ 대응을 성급히 추진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국민들에게 냉정히 알리고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조차 7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직후 “대통령 지시의 반복이 없지 않아 있다”며 “대통령의 총괄적인 비상저감조치 업무 지시를 실행해야 할 주무부처로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추진할지를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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